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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경제 돌파구, '사회적경제'><4>에이즈의 편견을 깨는 사회적기업 '빅핸즈'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하는 카페

기사승인 2017.03.04  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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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즈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감염자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곳

대구 동구의 금호강변을 지나다보면 ‘BIG HANDS'라는 커다란 글씨가 적힌 간판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손모양의 날개가 그려져 있는 이 간판은 카페의 것이다. 인테리어부터 눈에 띄는 이 카페에서는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카페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서투르지만 멋있게 그려진 그림과 각종 예술작품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특이한 점은 커피숍 한쪽에는 카페에 온 손님이라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예쁘게 포장된 콘돔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지어진 에이즈 인식개선 카페 ‘빅핸즈’라는 것을 알고나면 콘돔이 비치된 이유를 깨닫게 된다. 이곳은 에이즈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하는 일터이자 ‘꿈의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대구 동구의 금호강변을 지나다보면 ‘BIG HANDS'라는 커다란 글씨가 적힌 간판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감염인들의 삶을 비춰주는 등대가 되는 곳

“이렇게 에이즈 인식개선을 위한 카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어요. 그들에게는 이곳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빅핸즈가 어두운 삶에 빛을 비춰주는 등대인거죠.”

대구시 동구 안심로 금호강변에 위치한 빅핸즈는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에이즈의 인식개선을 선도하는 국내 최초의 소셜 카페이다. 이 카페는 사회적기업이자 사회적협동조합인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에이즈 인식개선과 에이즈 감염인의 자활을 위해 만들어졌다.

빅핸즈는 독특한 모양의 로고와 밝은 느낌의 노란색을 주된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날개 모양 같기도, 손 모양 같기도 한 독특한 마크와 노란색으로 이루어진 인테리어는 빅핸즈의 대표적인 상징 중 하나이다. 허향 사무처장은 “거대한 날개 모양을 하고 있는 손을 지칭하는 마크는 ‘큰 박수, 큰 도움, 큰 격려’라는 의미로, 감염인들의 등을 토닥여주고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빅핸즈의 목표가 담겨있는 상징이다”며 “또 감염인이나 비감연인이나 누구든지 이 카페를 왔을 때 밝고 힘찬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노란색’을 대표 색깔로 정해 인테리어를 했다”고 말했다.

빅핸즈는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하는 활동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감염인 조합원이 직접 만든 더치커피부터 그들이 직접 그린 그림, 천연비누, 원예, 공예품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감염인과 비감연인이 함께 하는 것은 감염인들에게는 물론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

빅핸즈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사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빅핸즈 포토존, 한 쪽에 배치된 콘돔, 감염자가 직접 그린 그림 작품, 화장실에 붙여진 에이즈 예방 포스터)

허 사무처장은 “처음에는 ‘에이즈 감염인이 만드는 커피나 제품을 누가 사겠냐’며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며 “잘못 알려진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자연스럽고 여과 없이 알리는 것을 가장 중요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에이즈를 발생시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내의 면역기능을 파괴해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떨어트리는 질병이다. HIV는 감염인의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등에 존재해 성관계나 수혈 등을 통해 감염된다.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에이즈 감염자는 전국 1만2천명, 대구에는 700~80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자살률은 비감염인에 비해 10배에 이른다. 허 사무처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색안경, 공포조장이 아주 심각하다”며 “에이즈는 감염인과 함께 식사를 한다거나 화장실이나 목욕탕을 함께 사용한다거나하는 일상생활로는 절대 감염되지 않고, 성관계나 수혈로만 감염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빅핸즈를 오는 손님들뿐 아니라 빅핸즈에서 일하는 사람들마저도 초반에는 에이즈에 대한 편견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며 “그래서 이제는 빅핸즈나 레드리본협동조합에서 일하는 모든 조합원들에게 에이즈 전문강사 양성 교육을 필수로 수료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곳에 오는 누구나 원한다면 에이즈 인식개선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에이즈 협동조합에서 국내 최초의 사회적기업으로

카페 ‘빅핸즈’는 에이즈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하는 일터이자 ‘꿈의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빅핸즈를 운영하고 있는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은 국내 최초로 에이즈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이자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에이즈 인식개선과 에이즈 감염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됐다.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은 2010년에 만들어진 HIV/AIDS감염인 자조모임 ‘해밀’에서 시작됐다. 해밀은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의 김지영 이사장이 오랫동안 NGO 영역에서 일을 해오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에이즈 감염인들의 현실을 알리고자 만들게 된 자조모임이다.

이 모임에서 활동하는 감염인 당사자, 활동가, 봉사자, 후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십시일반 조금씩 자금을 거둬 만든 협동조합이 바로 ‘레드리본협동조합’이다. 설립 이후 다양한 활동을 해온 레드리본협동조합은 2013년에 열린 사회적경제 오디션 프로그램 ‘H-온드림’에서 전국 15개 인큐베이팅 기관 중 하나로 선정됐다.

허 사무처장은 “당시 한 조합원의 아이디어로 열댓 명의 조합원이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무대에 올라가 ‘감염인과 비감염인을 구분해보라’고 했다. 편견을 깨는 아이디어에 큰 점수를 받아 대구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며 “이때 받게 된 1억 원의 지원금이 자금이 돼 지금의 빅핸즈 카페가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빅핸즈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며 “인테리어와 설립은 지원금으로, 보증금은 북콘서트에서 얻은 티켓 수익금으로 해결해 빅핸즈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빅핸즈를 운영하고 있는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은 국내 최초로 에이즈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이자 협동조합이다.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레드리본협동조합은 2013년 7월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은 후 곧바로 소셜카페 빅핸즈를 오픈했다. 이후 1년 동안 자발적으로 운영을 해오다 2014년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됐고 이어 2016년 6월 29일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현재 레드리본협동조합은 24명의 조합원이 함께 하는 중이며, 빅핸즈는 5명의 직원이 운영을 하고 있다. 허 사무처장은 “빅핸즈에서는 커피와 함께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만든 다양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고 출장 커피 서비스인 빅핸즈 더치 케이터링도 함께하고 있다”며 “미국의 ‘Housing Works(에이즈 감염인 사회적기업으로, 전 세계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 뉴욕의 명소)’처럼 감염인들이 사회적 차별 없이 경제활동을 하고, 그들이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이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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