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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대구 골목경제><4>시대에 따라 입맛은 변해도 음식의 정성은 그대로, '동인동 찜갈비골목'

기사승인 2016.11.30  16: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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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찜갈비', 여러 위기 속에서도 골목은 여전히 살아있어

29일 오후 12시. 찜갈비골목에서는 본격적인 점심시간을 맞아 찜갈비 냄새가 골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입맛을 돋우는 찜갈비 냄새를 따라 한 식당으로 들어서자 찌그러진 양푼이에 소갈비와 마늘, 고춧가루 양념이 들어간 찜갈비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찜갈비를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며 찜갈비를 즐기고 있었다.

동인동 찜갈비골목은 전국 제1호 착한 골목으로 선정된 곳이자, 대구의 10味 중 하나인 찜갈비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골목이다.

동인동 찜갈비골목은 대구의 10味 중 하나인 찜갈비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골목이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대구의 역사와 함께해온 ‘찜갈비’

대구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찜갈비골목은 1960년대 중반 동인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소갈비에 마늘과 고추를 넣은 후 볶아 팔던 것으로 시작됐다. 현재 동인동 찜갈비골목에는 총 11개의 찜갈비 집이 운영 중이며, 이 골목이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가게는 4곳 정도이다.

동인동 찜갈비는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50년의 대구 역사를 간직한 음식으로, 대구의 10味(찜갈비, 따로국밥, 뭉티기, 막창, 논메기 매운탕, 복어 불고기, 누른국수, 무침회, 야끼 우동, 납작만두) 중 하나이다.

이 음식은 1960년 대구에서 섬유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했던 시절에 처음 만들어졌다. 찜갈비의 첫 시작과 함께 해왔다는 봉산 찜갈비의 이순남(75·여) 사장은 “찜갈비는 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음식”이라며 “60년대 대구에 노동자들이 많아지면서 고된 노동에 고기음식을 찾았고, 연탄불에다 소갈비를 구운 후 마늘과 고추만 넣어 볶았던 게 찜갈비의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동인동에서 국수를 팔던 한 할머니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찜갈비는 이순남 사장과 몇몇 어르신들의 고민 끝에 탄생됐다. 가스레인지도 냉장고도 없던 시절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해 지금보다 훨씬 맛이 덜했지만 고기음식이 귀했던 당시 찜갈비는 큰 인기를 얻었다.

동인동 찜갈비는 매콤한 양념과 함께 양푼이에 담겨 나오는 것이 특색이다.

이 사장은 “그때는 맛 간장도 없고 갈비를 손질할 줄도 몰라서 고기가 엄청 질기고 짰다”며 “그렇게 만들고 난 다음 손님들에게 팔면 먹어본 손님들이 해주는 조언과 평가를 반영해서 고기를 얇게도 만들고 설탕도 넣고 하면서 지금의 찜갈비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이후 찜갈비가 대구지역 전체에 입소문을 타면서 동인동에는 찜갈비 식당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에 지금의 찜갈비골목이 형성됐다.

◆더욱 발전하고 있는 동인동 찜갈비골목

동인동 찜갈비골목은 지난 2006년 찜갈비가 대구의 10味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더욱 큰 인기를 끌었고 이어 입소문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찜갈비를 먹기 위해 이 골목을 찾았다.

대구의 한 제조회사를 다니는 박상민(49) 씨는 “사업차 제주도에서 온 손님을 데리고 찜갈비를 먹으러 왔다”며 “대구의 대표 음식인 찜갈비 하나로 50년의 세월을 지내온 골목이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에는 꼭 이 골목을 찾아 맛있는 찜갈비를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적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찜갈비 골목의 가게들은 저마다 손님의 입맛에 맞춰 레시피가 조금씩 변형됐다. 예전에 비해 조금 덜 맵고 삼삼한 간을 제공하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맵기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곳도 나왔다.

가족들과 함께 찜갈비를 먹으러 온 이해란(28·여) 씨는 “예전에는 찜갈비가 좀 짜고 매웠는데 지금은 맛을 선택할 수가 있어서 아이들부터 남편까지 모두 맛있게 먹었다”며 “양념이 가득 베어 들어 부드러운 소갈비와 소갈비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그 맛이 자꾸 생각나 자주 먹으러 온다”고 말했다.

대구 동인동 찜갈비를 이끌어오고 있는 가게들의 간판 모습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이처럼 점차 개선을 해온 찜갈비골목이지만 최근 계속되는 경기 침체 등으로 예전만큼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대구 중구청 전략경영실 이난주 담당은 “요즘에는 워낙 경기가 어렵기도 하고 시청별관이 옛 도청자리로 옮기면서 인근에 있던 유동인구가 많이 줄었다”며 “그래도 워낙 오래된 역사와 명성을 가진 골목인 만큼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택배도 전국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구의 명물 골목을 이어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찜갈비골목은 또 한번 변화를 준비 중이다. 단순 포장에서 나아가 도시락형태의 찜갈비를 내놓는 곳도 나왔다. 택배를 통해 전국 어디든지 찜갈비를 맛볼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한 찜갈비 사장은 “과거 찜갈비골목 가게가 고기를 섞어서 판다며 TV에 나와 억울한 뭇매를 맞은 적 있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 골목은 옛 찜갈비의 레시피와 명성은 이어가면서 현대인의 입맛은 물론 위생과 서비스 등에서 계속적으로 발전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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