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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대구 골목경제><1>대구 인쇄산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남산 인쇄골목’

기사승인 2016.11.13  13: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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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없인 대구 인쇄 불가능했던 시절...쇠퇴한 이곳 관광으로 재도약

[편집자주]

대구경북의 경제를 위한 언론 ‘디지털경제’는 서민경제를 살리고자 <서민경제의 터전, 전통시장> 시리즈를 통해 지역의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민경제의 또 다른 분야가 ‘골목경제’일 것이다. 특히 대구에는 자동차골목에서부터 인쇄골목, 쥬얼리골목 등 수많은 특색을 가진 ‘명물거리’가 많다. 이에 본지는 7회에 걸쳐 대구의 명물거리들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1편>대구 인쇄산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남산 인쇄골목’

지난 10일 오후 2시. 대구 남산동에 위치한 인쇄골목에 들어서자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때 이 골목 없이는 대구의 관공서들이 문을 열지 못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호황을 누렸던 인쇄골목은 90년대 2천여 개의 업체에서 현재는 520여개의 업체만 남아 역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남산 인쇄골목이 최근 대구근대골목투어 제5코스에 포함되면서 다시 한 번 부활을 꿈꾸고 있다.

◆2천여 개의 인쇄업체가 골목을 가득 채웠던 ‘남산 인쇄골목’

남산동 인쇄골목 전경. 사진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남산동 인쇄골목’은 남문네거리를 중심으로 계산오거리까지 500m 남짓한 거리로, 약 520개의 인쇄업체들이 계산오거리에서 남산동 송림맨션으로 이어지는 거리, 송림맨션에서 남산초등학교와 반월당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말한다.

이곳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 최대 규모의 인쇄단지이다. 1990년대에는 지역의 인쇄업을 주도했던 ‘주요 골목 경제처’였다.

남산동 인쇄골목의 역사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대 시절부터 인쇄 일을 해 온 진영정밀인쇄사 이성만(57) 씨의 말에 따르면 당시 이 골목 근처는 대구에서 유명한 유흥가가 조성돼 있어 초반에는 서상로와 봉산동 쪽에 인쇄업체들이 들어섰다. 이 씨는 “그러다 70년대에 중앙로 인근 상권이 점점 커지면서 땅값이 올라 남산동으로 많이 옮겨왔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됐다”고 말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 골목에는 5개정도의 업체만 있었지만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80년대 중반에는 1천여 개의 인쇄 관련 업체가 들어섰다. 인쇄업이 가장 큰 호황을 누린 90년대는 2천여 개의 인쇄업체가 골목을 채웠다.

이후 인쇄산업의 쇠퇴와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쇄의 양이 대폭 줄어들고 대량생산하는 책들이 하나둘 줄어들면서 현재 520여개의 인쇄 관련 업체만 남았다. 또 최근 3년 새에는 실제 운영하고 있는 업체 숫자가 파악되지 않을 만큼 줄줄이 문을 닫거나 이전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경인쇄 직원 신진호(41) 씨는 “인쇄골목이 성황 했었던 때와 비교하면 약 60% 정도 일감이 줄어들었다고 보면 된다”며 “워낙 경기가 어렵고 인쇄산업이 어렵다보니 이 골목에도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사진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대구 인쇄업의 역사를 품은 남산 인쇄골목, 골목투어로 다시 만난다

“80~90년대에는 이 골목에 두 손 가득 종이를 들고 오는 사람, 종이가방이 터지도록 인쇄물을 담아 가는 사람, 차에 실어 오는 사람까지 말도 못하게 많았어. 매해 연말이면 새 종이 냄새가 배어 있는 다음해 달력을 화물차에 가득실어 나가는 풍경이 참 가관이었지.”

평생을 이 동네에서 살아왔다는 심윤정(67‧여) 어르신은 “가끔 골목길에 하루 종일 울리던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그립기도 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남산 인쇄골목은 현재 예전만큼의 활기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대구 지역의 인쇄업을 대표하는 골목임에는 변함없다. 최근에는 남산 인쇄골목이 관광요소로 다시 태어나면서 ‘골목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쇄골목이 대구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는 체험여행인 ‘대구근대골목투어’ 제5코스에 포함되면서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

인쇄골목을 찾은 김지현(21‧여) 씨는 “대구근대골목투어를 하다 인쇄골목을 처음 와보게 됐는데, 시내나 김광석길처럼 화려하거나 활기를 띄지 않지만 이 골목이 주는 특유의 고즈넉한 느낌도 좋은 것 같다”며 “예전 인쇄산업의 한 역사를 간직한 골목인 만큼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대구근대골목투어 제5코스(남산 100년 향수길)는 반월당부터 보현사, 관덕정순교기념관, 남산교회, 상덕사(문우관), 성유스티노신학교, 성모당,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까지 이어지는 2.12km의 길이다.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되는 이 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남산인쇄골목을 만날 수 있다.

광명지류 이상훈(45) 대표는 “평생을 해온 일이 인쇄일이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이 골목은 대구 인쇄업의 살아있는 역사인데 그래도 끝까지 지킬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쇄골목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더 많이 알려져서 다시 활기가 도는 골목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노경석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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