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서민경제의 터전, 전통시장><1>전국 3대 장터 '서문시장'

기사승인 2016.09.10  09:00:27

공유
default_news_ad1

- 한강 이남 최대 전통시장...오랜 역사를 간직했지만 가장 트렌디한 시장

<편집자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퇴근 이후나 주말이 되면 주변의 대형마트에 차를 몰고 가 생필품에서부터 음식재료들을 구입했다. 현재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매장 직원이나 택배 직원이 주문한 물건을 집 앞까지 고스란히 가져다주는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싸고, 품질도 믿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편리함을 추구하는 동안 수백 년의 전통을 간직한 ‘전통시장’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현대화 사업을 하며 대형마트를 따라가 보려 하지만 여전히 두세 발자국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대구와 경북이 중소기업의 도시인 것처럼 대구 경북에 자리한 전통시장은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서민경제를 이끄는 주체가 중소기업 노동자이듯, 서민경제의 터전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디지털경제는 대구경북의 서민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서민경제의 터전인 지역의 전통시장의 역사와 지금의 모습, 미래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1>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대구 최대 전통시장 '서문시장'

섬유관련 국내 최대시장이며 칼국수, 수제비, 돼지갈비찜, 납작만두, 삼각만두, 씨앗호떡 등의 먹거리로도 유명한 서문시장은 1년 365일이 새롭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한강이남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

외국인과 타지역민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반드시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서문시장’이다. 섬유관련 국내 최대시장이며 칼국수, 수제비, 돼지갈비찜, 납작만두, 삼각만두, 씨앗호떡 등의 먹거리로도 유명한 서문시장은 1년 365일이 새롭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말 그대로 ‘한강이남 최대 규모’이다.

◆조선시대 전국 3대 장터, ‘서문시장’

서문시장은 조선 중기에 형성됐다. 약 330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당시 서문시장은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전국 3대 장터로 불렸다.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서문시장은 임진왜란·정유재란 이전까지는 대구 읍성 북문 밖에 소규모 장터로 운영돼 왔다. 이때 당시의 명칭은 ‘대구장’이었다. 두 번의 란을 겪은 이후 물자조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대구장의 규모가 커졌다. 

1677년 대동법 시행으로 현물공납을 포와 쌀로 대체함으로써 각종 농산물이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시장에서의 거래가 늘어나자 북문 밖에 있던 대구장은 경상감영 서문 밖으로 옮겨졌고, 이때부터 이름이 ‘서문시장’으로 불리게 됐다. ‘서문시장’의 어원은 경상감영 서문 밖에 있다는 뜻인 셈이다.

서문시장이 현재의 중구 대신동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1922, 1923년 쯤이다.

서문시장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는 ‘섬유’이다. 한국전쟁 당시 많은 피란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서문시장을 찾았다. 1950년대 포목부를 중심으로 시장 주변에 섬유도매사들이 밀집해 전국 최대의 포목시장을 형성했다. 

서문시장 옆에 자리한 계성중·고등학교에 포목점 상인들의 자식들이 많이 다녔다. 현재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섬유기업 및 연구원 관계자들의 상당수가 계성고 출신인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1950년대 후반 서문시장은 대구의 시장 전체 거래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등 큰 호황을 누렸다. 경상도를 비롯해 충청도·전라도 등 주변 지역에서 가장 잘나가는 ‘큰형님’이 된 것이다.

1950년대 후반 서문시장은 대구의 시장 전체 거래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등 큰 호황을 누렸다. 경상도를 비롯해 충청도·전라도 등 주변 지역에서 가장 잘나가는 ‘큰형님’이 된 것이다.

지금도 서문시장 인근의 이불도매점 등 포목점들은 전국각지에서 물건을 구입하러 오는 이들로 가득할 정도이다.

1970년 10월 23일 서문시장 2지구가 개설된 이후 시장은 계속 몸집을 키웠다. 1979년 12월 29일 동산상가 개설을 마지막으로 현재 서문시장의 모습을 갖췄다. 현재 서문시장은 대지 면적 2만 7천62㎡, 건물 총면적 6만4천902㎡에 달한다. 1지구, 2지구, 4지구, 5지구, 동산상가, 건해산물상가, 아진상가, 명품프라자까지 총 8개 지구로 구성돼 있다.

1지구에는 포목과 면직, 이불, 한복지 등을 주로 판매하고, 2지구는 종합상가로 수산물과 각종 의류 및 옷감을 판매한다. 4지구에서는 양복지, 커튼을 비롯해 숙녀복과 남성복, 아동복 등의 의류를 판매하며 5지구에서는 스테인리스강, 도자기, 잡화, 요리기구 및 의류를 판매한다.

동산상가에서는 주방기물부터 알루미늄, 남성복, 신사복, 숙녀복 등을 판매하고, 건해물상가에서는 건어물 일체과 견과류, 아진상가에서는 의류부자재와 원단 등을 판매한다.

점포수는 4천622개에 달하며 상인 1만2천622명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노점상과 인근상가를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이곳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라며 “1일 방문 고객만 5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1지구, 2지구, 4지구, 5지구, 동산상가, 건해산물상가, 아진상가, 명품프라자까지 총 8개 지구로 구성돼 있다. 점포수는 4천622개에 달하며 상인 1만2천622명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현대의 젊은이와 공존하는 ‘서문시장’

서문시장도 여느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후반 이후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더구나 IMF 이후 대구 경제를 이끌었던 대형 건설사가 무너지고 대표 섬유 회사인 ‘갑을’이 떠났다. 제일모직도 나가면서 대구 섬유는 불황에 빠졌다. 서문시장의 포목점들도 덩달아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큰형님’인 서문시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2004년부터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으로 각종 시설현대화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005년 12월 30일 서문시장 2지구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인해 2지구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건물은 철거됐고, 터만 남았다. 입주 상인들은 인근의 옛 롯데마트 자리로 옮겼다.

하지만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아케이드설치사업, 전선지중화사업, 냉난방개선사업 등을 계속진행했다. 인도블럭을 교체하고 고객전용 주차빌딩을 구축했다.

2010년쯤 들어서면서 서문시장의 모습은 확 바뀌었다. 화재로 무너진 2지구가 2012년 준공됐고 2015년에는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하면서 ‘서문시장역’이 생겨났다.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도 나아진 것.

이 같은 변화는 입점 업체에서도 나타났다. 50대 이상이 주 고객이었던 서문시장에 20, 30대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상인들의 나이도 젊어졌다. 젊은이들을 겨냥한 패션점포와 음식점이 하나둘 생겨났다. 신발과 옷 등을 판매하는 커피점도 들어섰다.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서문시장에 점포를 열었다.

최근에는 야시장을 개설했다. 지난 6월 3일 개장을 시작한 서문시장 야시장은 80명의 셀러들이 65개의 음식과 15개의 제품을 연중무휴로 판매한다. 야시장은 대구 대표 음식인 막창부터 평소에는 자주 먹을 수 없었던 세계음식까지 맛있는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야시장을 개설했다. 지난 6월 3일 개장을 시작한 서문시장 야시장은 80명의 셀러들이 65개의 음식과 15개의 제품을 연중무휴로 판매한다.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이 덕분에 서문시장은 다른 시장과는 다르게 아침부터 시작해 자정까지 활기를 잃지 않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시장 상인들과 시장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이후 자정까지는 80개의 노점이 다양한 식품과 제품을 판매하는 야시장이 운영되고 있어서다.

◆풀어야할 숙제, 교통과 편의시설

서문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이처럼 포목부터 의류까지 섬유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건해산물, 음식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과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현대화 사업으로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문시장은 지난 2007년 시장 전반에 걸친 공간에 아케이드(우천 등의 기후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개방된 통로 공간)를 설치해 비나 햇빛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만남의 광장, 고객지원센터, 냉난방시설, 대형 주차 빌딩, 놀이방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다.

아울러 다양한 제품만큼 통로마다 위치한 노점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또한 서문시장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시장을 돌아보다 출출해진 배를 채울 수 있는 칼제비(칼국수+수제비)와 잔치국수, 우뭇가사리가 들어간 콩국, 분식, 보리밥 등은 시장의 매력을 한층 더 느끼게 해준다.

또 서문시장은 현재 대구시와 함께 사후면세점을 추진 중이다.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은 “서문시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명품프라자에 면세점을 입점할 계획”이라며 “사후 면세점뿐 아니라 사전면세점도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이 성공하면 오래된 역사와 의미를 가진 서문시장이 최근 야시장으로 젊은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고, 이제는 외국인들까지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구 전통시장 과거·현재·미래' 장흥섭 저자

이 같은 서문시장의 개선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장 내 좁은 보행통로와 부족한 주차 시설 등에 대한 이용객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야시장이 개설되면서 주차장 이용 시간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기존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시장 역시 자극적이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의 판매가 많아 ‘건강’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장흥섭 원장은 “서문시장의 활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들이 개선돼야 한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주차공간과 야시장의 경우 살거리가 없는 것이다”며 “적어도 1층 점포들이 야시장과 함께 운영을 한다면 야시장에도 시장의 구색을 갖출 수 있음은 물론 좀 더 조화로운 서문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야시장이 기존상인과의 갈등이나 체계적이지 못한 규정, 허술한 관리감독 등으로 인해 숨은 문제들이 많은데, 이것을 하루 빨리 개선하고 기존 상인들과 협력해 조화롭게 시장을 운영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노경석 기자 de@deconomic.co.kr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기획탐방

set_C1
default_side_ad2

동영상 뉴스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