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서민경제의 터전, 전통시장><4>1년에 단 한번 열리는 특별한 시장, '팔공산 승시'

기사승인 2016.09.30  16:32:23

공유
default_news_ad1

- 스님들 장터의 역사와 승가의 문화를 함께 체험 할 수 있는 공간

깊은 산 속에 위치한 큰절의 스님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열린 승시 때문이다. 새벽 일찍 일어난 스님들은 마당을 쓸고, 음식을 하며 사람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승시를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스님들은 자신들이 손수 만든 옷과 염주, 책자 등을 사람들의 물건과 교환하고 있었고, 절 밑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온 한 여자아이는 아버지가 직접 만든 담뱃대와 부채를 판매하고 있었다. 큰절에서는 날이 어두워 질 때까지 장터를 알리는 맛있는 국밥 냄새와 스님들과 사람들이 나누는 세상살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사이 어디쯤 종종 볼 수 있는 '승시' 풍경이다. 

‘팔공산 산중전통장터 승시’(이하 팔공산 승시)는 옛 스님들의 산중장터인 승시를 체험하고 승가의 전통과 문화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시장으로, 1년에 단 한번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장이다. (사진/'2015 팔공산 승시 사진', 팔공산승시축제봉행위원회 제공)

‘팔공산 산중전통장터 승시’(이하 팔공산 승시)는 옛 스님들의 산중장터인 승시를 체험하고 승가의 전통과 문화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시장으로, 1년에 단 한번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장이다.

◆스님들의 장터 ‘승시’의 역사

승시는 어떤 장소에서 사찰과 스님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재료 등을 교환하는 장소로, 교환 뿐 아니라 스님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 할 수 있는 장으로 이용된 공간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숭유억불정책(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하는 사상)으로 도성 안 출입이 어려워진 스님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또한 팔공산 승시에 대해 전해져오던 구전을 보면, 승시가 단순한 장터가 아닌 스님들에게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으로 전해진다.

팔공산 동화사에는 승시에 대한 유명한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조선천지에서 몰려든 장사꾼들과 사람들, 스님들로 오랜만에 북새통을 이뤘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저자거리 한편에는 늙고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는 반신불수의 거지 부인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때 저자거리를 지나던 한 노승이 그 부인에게 “부인, 앞에 돈이 많은데 나에게도 좀 나눠주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부인은 ”스님이 갖고 싶은 만큼 가져가세요“라고 말했고, 스님은 부인의 동냥그릇에 담긴 돈을 모두 쏟아 담아갔다. 그렇게 스님은 승시가 열리는 며칠 내도록 부인의 동냥그릇에 담긴 돈을 가져갔고, 부인은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스님에게 모두 내주었다. 그러다 승시가 거의 끝날 무렵이 되자 찾아온 노승은 부인의 손을 잡아 걸을 수 있게 했으며, 허리에서 돈이 가득 담긴 큰 자루를 내어주고 떠났다.

이렇듯 승시는 물건 교환이 이뤄지는 장터의 의미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모여 있는 장터에서도 스님이 자신의 본분을 유지할 수 있는지 수행 정도를 시험하고 완성시켜 나가는 공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승시의 흔적들은 팔공산의 부인사와 부안 청림사, 경기 용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부인사의 경우 한 때 2천여 명의 스님들이 수행했으며, 대규모의 승시가 열렸다고 전해진다.

이후 승시는 현대에 이르면서 명맥이 끊겼으나, 팔공산 동화사에서 지난 2010년 천년사업의 일환으로 복원했다. 구전으로만 알려졌던 승시의 실체가 문헌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7월 6일 김태형 전 관문사성보박물관 학예사가 발표한 ‘승시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17세기말 정시한이 쓴 ‘산중일기’에서 승시와 같은 기능을 가진 공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조선시대 숙종 집권 초기 시절 성리학자 정시한이 전국의 명산과 명찰들을 돌아보면서 일어난 일을 상세하게 기록한 일기인 ‘산중일기’에는 1688년 7월 14일의 날짜로 ‘경숙이가 큰절(동화사)에 내려가 담뱃대 한 개와 부채 한 자루를 팔아서 흑책지(黑冊紙) 한 장을 사갖고 돌아왔다’고 기록돼있다.

김태형 전 관문사성보박물관 학예사는 “산중일기의 기록은 동화사 혹은 인근에 승시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증거“라며 ”승시의 실존을 엿볼 수 있는 승려들의 상업관련 상황이 조선왕조실록에만 10여건 이상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구시와 동화사, 대구불교방송은 불교의 역사를 담고 있는 승시를 재현하고, 전국 사찰에서 전승‧보존되고 있는 전통문화유산을 교류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2010년 전국 최초로 ‘팔공산 승시’를 복원했다. (사진/'2015 팔공산 승시' 전경)

이에 대구시와 동화사, 대구불교방송은 불교의 역사를 담고 있는 승시를 재현하고, 전국 사찰에서 전승‧보존되고 있는 전통문화유산을 교류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2010년 전국 최초로 ‘팔공산 승시’를 복원했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팔공산 승시는 전국 사찰에서 보관된 문화유산을 체험하는 축제의 장으로 전통문화 체험마당과 사찰음식마당, 전시마당 등의 장을 열었다. 이후 스님들과 승시를 찾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2013년에는 11만7천여 명의 관람객이 승시를 찾았다.

이에 제7회 째를 맞이하는 올해 팔공산 승시는 사찰음식 경연대회, 승가 씨름대회, 스님 법고대회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와 체험이벤트 등으로 더욱 풍성하게 꾸며질 예정이다.

◆산중에서 만나는 세상보다 더 큰 장터 ‘제7회 팔공산 승시’

‘제7회 팔공산 승시’는 오는 10월 1~5일 팔공산 동화사 일대에서 개최된다. 특히 이번 팔공산 승시는 스님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문화체험과 장터마당을 통해 지난해보다 더욱 다양하고 독특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제7회 팔공산 승시’는 오는 10월 1~5일 팔공산 동화사 일대에서 개최된다. (사진/팔공산 승시 '사찰의 식사법 - 발우공양 체험' 행사 모습, 팔공산승시축제봉행위원회 제공)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스님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힐링 차 미팅 공간’을 마련하며, 전국의 스님들이 샅바를 붙잡고 펼치는 ‘승가 씨름대회’도 2일 오후 2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팔공산의 동화사와 부인사, 파계사, 송림사, 북지장사, 제2석굴암 등을 있는 ‘승시 옛길 걷기 체험’ 행사가 3일 오전 10시에 개최되며 오후 5시에는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법고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승가법고대회’가 열린다.

뿐만 아니라 스님들이 직접 참여하는 승시재현세트를 장터구역에서 운영하고, 승시 주요 콘텐츠인 문화체험마당과 승시장터마당에 50개 이상의 부스가 마련돼 다양한 불교의례와 음악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팔공산승시축제봉행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축제를 통해 대구 팔공산의 역사문화자산이며, 세계불교사에 유래 없는 독특한 소재인 ‘승시’를 한국문화의 기반인 불교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팔공산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모든 것이 풍요로운 현대인들에게 스님들의 검약하고 청빈한 승가의 전통화 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장흥섭 원장은 “팔공산 승시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시장에서 산중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문화와 생활양식까지 체험할 수 있는 문화체험 공간”이라며 “단순한 시장의 기능을 넘어 스님들의 시장으로써 특별하면서도 역사적으로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시장이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이현주 인턴기자 kje@deconomic.co.kr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기획탐방

set_C1
default_side_ad2

동영상 뉴스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