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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영 작가의 '문학으로 배우는 우리 역사'> 하늘은 파란데, 천자문은 검다고 한다.

기사승인 2017.11.04  11: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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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학년도 수능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마음을 졸이는 계절이다. 예전부터 입시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것을 통해 자신의 꿈과 직업이 좌지우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꿈과 직업의 현실은 아주 냉정하다.

이태백 : 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 : 38세가 되면 고용 불안

사오정 : 45세가 되면 정년퇴직

오륙도 : 50-60세가 되어도 회사를 다니면 도둑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것이 오늘을 말하는 키워드일지 모른다.

열심히 공부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왜 이런 결과가 우리에게 닥쳤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잘못된 공부 방법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학창시절에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맹목적이고 암기 위주의 공부를 했다. 성인이 되면, 스펙을 쌓기 위해 자격 취득 공부를 했다. 물론, 공부 방법은 학창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공부 방법은 오늘날 잘못된 입시제도 때문에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잘못된 공부의 역사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몇 백 년 전, 책을 읽기 위해 한자를 먼저 배워야 했다. 시작은 대부분은 <천자문>이었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루 황…….”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면, 곧이어 훈장은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로 풀이했다. 서당 교육은 훈장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주입식 교육이었다. 그런데 이런 공부에 불만을 가진 옛 선비들이 있었다.

서당에서 <천자문>을 가르치는데 꼬맹이 녀석 하나가 계속 딴전만 한다. 화가 난 훈장선생이 “이놈!”하고 야단을 치자, 녀석의 대답이 이랬다.

“저 하늘을 보면 파랗기만 한데, 하늘 천(天)자는 파랗지가 않으니, 그래서 읽기 싫어요!”

<창애에게 답함 / 연암 박지원>

연암의 글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당시의 서당 교육이 맹목적 암기위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암 외에도 많은 선비가 천자문 교육에 대해 비판을 했고, 특히, 다산 정약용은 “처음 배울 때, <천자문>을 읽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제일 나쁜 습속이다.”라고 했다. 훈장은 파란 하늘을 검다고 말하고, 아이들은 무턱대고 따라 외운다. 이것이 예전의 교육이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방법의 교육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방법의 공부, 즉 맹목적 암기 위주의 공부는 변화가 늦고, 창의성이 필요 없는 사회에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는 아무 쓸모가 없을지 모른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21세기에는 생각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이 바로 진정한 공부라 생각한다. 진정한 공부란, 스스로 오류를 인식하고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다.

앞에서 천자문의 오류를 지적했다. 다산 정약용은 천자문의 오류를 풀기 위해 <촉류방통법>을 제시했다. 촉류방통법이란, 비슷한 것끼리 묶어 연쇄적으로 가르쳐, 이것으로 미루어 저것까지 알게 하는 학습법이다. 다산은 이런 원리를 가지고 이천자문인 <아학편(兒學編)>을 저술해서 자신의 신념을 실천으로 옮겼다. 의심을 품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 바로 이것이 진정한 공부이다. 다산은 이런 방법으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평생 동안 600여권의 방대한 책을 저술한 공부의 달인이었다.

우리는 다산의 이런 공부법을 배워야 한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더 길어지고, 이로 인한 경제 활동의 시간 역시 늘어났다. 좀 더 윤택한 삶을 위해 제대로 된 공부 방법이 필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 경험이 쌓이면 더 잘하는 일, 이런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공부한다면, 평생 공부는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정종영 / 스토리텔링 전문가/ didicat@anver.com

 

디지털경제 d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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