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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이 기업] 대구 수제맥주 선도, 대도양조장

기사승인 2021.02.10  12: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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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를 ‘수맥도시’로... 다양한 맛, 풍미 맥주로 승부수

대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 있는 대도양조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양조 기술자를 영입해 다양한 수제맥주를 개발, 시판 중에 있다.. 대도양조장 정만기 대표.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맥주 애호가들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맥주를 일방적으로 사 먹었다. 이른바 ‘공맥’(공장 맥주)시대다. 100년 가까이 유지되던 이 시스템은 2002년 주세법이 바뀌면서 큰 변화가 찾아온다.

정부가 공장맥주 외 개인도 소규모(7500L 이하) 양조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이른바 ‘브루펍’이 등장하게 된다. 양조장을 뜻하는 브루어리(brewery)와 대중음식점을 뜻하는 퍼브(Pub)의 합성어인 브루펍은 한국에 수제맥주 시장을 활짝 열며 맥주 애호가들의 핫플레이스로 등장했다.

2002년 월드컵으로 전국이 요동치던 당시 수성구의 아리아나호텔과 뉴 영남호텔에서 오픈된 브루펍은 저녁마다 불야성을 이루며 수제맥주 시장을 열어 갔다.

그러나 맥주를 퍼브 안에서만 유통 할 수 있도록 제한한데다 일반 공장맥주와의 가격 싸움에서도 밀려 브루펍은 점차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반짝 특수를 누렸던 수제맥주는 2014년 양조장의 수제맥주를 외부로 판매, 유통할 수 있도록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맞았다. 현재 대구에는 250곳의 브루펍이 성업 중이고 대경맥주, 대도양조장 등 두 곳이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김광석 거리에 있는 대도양조장은 국내 최고수준의 양조 기술자를 영입해 다양한 수제맥주를 개발, 시판 중에 있다. ‘수맥 도시 대구’를 활짝 열어 가고 있는 대도양조장 정만기 대표를 만나 보았다.

◆우연히 빠져든 수제맥주, 인생이 되다=정만기 대표가 수제 맥주 사업에 뛰어든 건 드라마틱한 그의 개인사와 관계가 있다. 40대에 이미 알코올 중독자가 돼 버린 정 대표는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수제 맥주에 빠져들었다.

같은 알코올이지만 맛과 풍미와 인문학이 밴 전혀 다른 술세계(?)와 만나며 결국은 그의 인생을 걸게 되었으니 묘한 아이러니라 하겠다.

수제맥주 맛에 심취할 무렵 정 대표는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 한 적산가옥을 인수하게 된다. 이자카야와 생맥주집 사이에서 점포 용도를 고민하던 정 대표는 아예 양조장까지 갖춘 브루펍으로 꾸미기로 한다.

마침 정 대표의 수맥사업은 지인을 통해 제라드 해치라는 미국인 브루 마스터를 소개받으면서 날개를 달게 된다. 미군부대 근무하는 부인을 둔 제라드는 산업양조 경험은 없었지만 홈 브로이 방면에서는 벌써 전국적인 지명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계량법, 데이터 등 디테일에 강해 어떤 질문을 해 봐도 즉석 솔루션이 가능할 정도로 내공을 자랑했다.

샘플러 C세트. 대도양조장 제공

◆대도 IPA·독일식 라거 맥주 뮤닉텔레스 등 제조=마침 2019년 대구에서 ‘수제맥주협의회’가 발족했다. 협의회는 ‘대구를 수제맥주 도시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작년 대구테크노파크와 함께 수제맥주 3종을 개발했다.

이중 한 개 제품이 대도양조장이 개발한 ‘팔공맥주’다. 대구를 상징하는 맥주라는 의미로 이름도 팔공산을 테마로 지었고 도수도 8.0도(팔공)로 정했다.

팔공맥주는 ‘벨기에 트리플 에일’ 타입 맥주로 분류된다. ‘벨지안 트리플’로도 불리는 벨기에 트리플 에일은 유럽의 종교시설에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수도원맥주다.

지금도 벨기에, 체코 등 수도원에서는 수도사들이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맥주를 만드는데 독일 맥주와는 달리 다양한 향료와 부재료를 넣어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제라드는 “팔공맥주는 도수가 높은 트라피스트식 에일이지만 알코올 맛이 느껴지지 않아 거부감이 전혀 없다”며 “오렌지, 레몬, 바나나 등 과일과 결합해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대도양조장에서는 팔공맥주 외에도 대도 IPA, 독일식 라거 맥주인 뮤닉헬레스, 골든에일, 커피향이 강조된 라떼브라운, 필스너, 갈색형 라거인 뮤닉 둔켈을 제조하고 있다.

이중 정 대표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맥주는 IPA. 18세기 인도를 통치하던 식민지 시절 영국 관료, 군인들은 본토에서 마시던 맥주를 그리워했는데 이 때 한 양조장에서 긴 항해기간에도 변질되지 않는 맥주를 개발해 인도 ‘공수’에 성공하게 되는데 그 맥주가 IPA다. 호프를 듬뿍 넣어 변질을 방지한 것이 맥주의 비밀이었다. IPA는 풍부한 호프만큼 맛과 향과 색깔까지 진해 마니아들을 몰고 다닌다.

정 대표는 우선은 대구시와 함께 개발한 수제맥주 3종 세트의 대중화에 전념할 계획이다. 수제맥주 생태계가 조성돼야 소시지, 양식 등 다른 식품, 외식업계와 연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본리동에 대도양조장 2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당장은 코로나 19 사태로 외식업들이 우울한 상태지만 올해 내로 백신 접종아 완료되면 내년부터는 식당, 주점들도 활기를 띠게 될 상황을 가정한 투자다.

“코로나 19를 물리친 대구 시민들이 저희 가게에 와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축하 건배를 하게될 날을 기대합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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