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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골목] 대구시 동성시장 문화예술공간

기사승인 2023.02.28  11: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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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과 예술의 공존’ 슬로건... 지역 핫플레이스 도약

대구시 동성시장 문화예술공간 포토존 모습. 대구시 제공

1960년대 뉴욕의 한 허름한 뒷골목으로 예술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이 개성 있는 아틀리에와 갤러리를 펼쳐 놓으면서 소호(SOHO)지역은 뉴욕에서 가장 활기찬 문화예술거리가 되었다.

베이징 옛 무기공장 거리에 위치한 ‘798 예술구’도 작가들이 ‘창의지구, 문화명원’(創意地區, 文化名園)을 슬로건으로 예술특구를 열면서 베이징의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문화예술이 뒷골목, 거리, 시장과 결합하면서 도시와 지역경제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지역과 예술이 상생하는 좋은 사례는 대구에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연초제조창을 전시장,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한 수창청춘맨션과 ‘공공미술과 전통시장’의 만남을 콘셉트로 도심 재생에 성공한 방천시장이다. 방천시장은 특히 ‘한국 관광 100선’에 포함되고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일 정도로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했다.

대구예술발전소, 수창맨션에서 시작한 도심 리모델링 사업은 대봉동 방천시장에서 꽃을 피우고 이젠 수성구 동성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티스트, 공방과 거리가 갤러리와 문화숍이 동거(同居)하고 있는 수성구 동성시장 문화예술공간으로 떠나보자.

 

◆‘시장과 문화예술의 동거’ 콘셉트로 2018년 개설=동성시장 문화예술공간은 2018년부터 DAP(동성시장 예술 프로젝트)하에 추진된 사업이다.

대구시와 수성구청,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동성시장상인회가 2018년 1월부터 빈 점포 26곳을 리모델링해 조성했고 당시 회화, 사진, 도자기, 한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 13팀이 입주하면서 라인업을 형성했다.

동성시장은 1971년 100여 점포로 개장한 상설시장으로 인접한 수성시장, 태백시장과 사실상 단일 상권으로 분류된다. 시장의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까닭에 주변 시장보다 침체되었고 프로젝트 추진 당시 점포의 70%가 공실(空室) 상태였다.

시장이 공동화되면서 주변 주택과 상가들이 슬럼화되자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이하 재단)이 팔을 걷어붙였다. 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해 문화예술인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문화예술 볼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해 시장을 살려보려는 취지였다.

출범 당시 아트큐브, 쿠다쿠카, 아트파인애플 등 시각예술 그룹과 시월애도, 해동한지, 자연닮기 등 도자기, 한지, 업사이클 장르가 진용을 꾸렸다.

여기에 앙상블 굿모리, 일 포스티노, 퓨전국악 아트팩토리 등 음악 공연단체들이 가세하며 아트마켓, 공연예술교육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갔다.

재단 관계자는 “동성시장 예술프로젝트는 대구의 시민문화예술 흐름이 대구예술발전소-방천시장-신천을 거쳐 수성구로 진입하는 가교로서 의미가 있다”며 “이를 통해 현대와 전통, 도심과 자연을 연결하는 대구 도심 관광문화 벨트로 역할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동성시장 문화예술공간 한 공방에서 수강생들이 공예수업을 하고 있다.

◆도예, 한지, 수공예 등 다양한 장르 예술인 골목 지켜=생존과 상업의 공간인 시장과 고도의 정신적 작용인 예술은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인식된다. 이런 ‘시장과 예술은 동거할 수 없다’는 등식을 깬 곳이 바로 동성시장 문화예술 공간이다.

2018년 ‘재래시장에 예술을 불어 넣는다’는 취지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지원 사업이 모두 종료되며 명칭도 ‘동성시장 문화예술공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이제 입주 단체와 점포들이 홀로서기를 통해 시장과 공존을 모색할 때”라고 말한다.

햇수로 5년차를 맞은 문화예술공간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방천시장이 ‘김광석 거리’라는 핫 플레이스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키운 반면에 동성시장 주변엔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주차장이 협소해 점포주는 물론 수강생이나 시민들의 접근이 불편한 점도 낮은 성적표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도자기, 한지공예, 수공예점, 자수(刺繡) 등 몇몇 예술인들이 시장 골목을 지키며 열심히 예술 향기를 골목에 뿌리고 있다.

한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시, 예술시설을 비롯한 오프라인공간이 위축되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문을 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시민들이 다시 이 자리를 찾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골목에 접어들면 파스텔톤 건물과 고풍스런 인테리어를 한 점포들이 시민들을 맞는다.

골목에서 만난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교류하면서 시장을 활성화하고 시민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간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아티스트와 공방과 문화단체가 시장을 중심으로 공존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몇몇 공예점 창문엔 수강생 모집을 알리는 공고문들이 붙어있었다. 플라워, 한자, 도예 등 일부 강좌는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고 강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시장에서 만난 한 관광객도 “어깨가 닿을 듯 마주한 건물들이 ‘응답하라 1988’ 분위기가 나고 작은 아티스트 마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며 “장보기 같은 일상생활과 전시, 공연 같은 예술 행위가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지 공예점을 운영하는 한 작가는 “회원들과 함께 꾸준히 작품할동을 하면서 개인전, 교류전을 열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공방의 공간을 개방해 관광객, 시민들과 소통 기회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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