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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점포] 문경중앙시장 ‘시장기름집’ 정승준 대표

기사승인 2022.09.26  16: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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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전통 저희 '시장기름집'을 문경 특산물로 키울 것”

문경중앙시장 ‘시장기름집’ 정승준 대표가 점포의 내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장기름집 제공

식용유가 역사서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400여 년 전 중국의 농서(農書) ‘제민요술’(齊民要術)에서다. 한국에서도 삼국사기 ‘신문왕 조(條)’에 당시 결혼 폐백 품목에 ‘유’(油)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이미 기름이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서에 ‘감람류’(橄欖油)와 관련된 기록이 자주 등장하는데, 감람유는 지금의 올리브유로 당시 중근동, 팔레스타인 지방에서도 기름이 많이 생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기름하면 단연 예천이다. 예천참기름은 청와대 명절 선물로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로 유명하고,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바로 이웃한 문경에서도 ‘참기름·들기름 명가’를 내세우며 50년 넘게 기름을 생산하는 점포가 있다. 바로 문경중앙시장 ‘시장기름집’의 정승준 대표다.

50년 역사면 3대 기업 쯤 되는데 이런 연륜은 참기름의 본산 예천에서도 흔치 않다. 시장기름집 정 대표를 만나 ‘깨가 쏟아지는’ 참기름 얘기를 나눠보았다. 

 

◆3대에 걸쳐 50년간 문경서 참기름집 전통 계승=정 씨가(家)와 참기름의 인연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적 일찍 아버지를 여인 정 대표의 부친 정명수(64세) 씨는 14살 어린 나이에 방앗간에 취직을 한다. 이후 10년 넘게 착실히 일을 배우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주인 할머니로부터 가게를 인수하게 된다. 이래서 할머니-부친-정승준 대표에 이르는 가업도가 완성된다.

그 후 부친은 한 자리에서 40년 가까이 방앗간을 운영하며 터전을 일구었다. 이렇게 반세기 넘게 시장 점포를 일구었던 정 씨는 이제 건강이 안 좋아져 정 대표에게 가게를 물려주었다.

정 대표가 점포를 맡아 운영하면서 제일 먼저 벌인 사업은 ‘시장기름집’ 제품의 상품화였다. 참기름, 들기름 등 가게의 생산품을 선물용으로 포장하는 일이었다. 포장이나 상표 디자인 아이디어도 정 대표가 직접 냈다. 상표, 포장박스 도안을 구상한 후 멋진 카피까지 올려 제작하는 등 제품 이미지 제고에 집중했다.

“명절에 참기름, 들기름 선물 수요가 꽤 큰 편입니다. 여러 제품을 묶어 명절용 상품을 만들어 봤죠. 가격도 1~2만 원 대에서 5~7만원, 10만원 대까지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화 했어요. 또 거래처에서 가격대와 아이템을 제시하면 거기에 맞춰 맞춤형 포장도 했어요.”

솔로족, 핵가족을 위한 소용량 포장을 만드는 등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맞추고 관공서, 기업체를 방문해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참기름, 들기름 위주로 판매하던 영업 전략도 바꿔 상품을 다양화했다. 기름 외 고춧가루, 조미김, 김자반, 미숫가루, 단백질 선식 등 제품을 제작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높이도록 했다. 

시장기름집 내부 모습.

◆“우리 손을 거치지 않는 제품은 절대 팔지 않는다”=어느 점포든 자신의 상품 퀄리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 대표 역시 ‘우리 손을 거치지 않는 제품은 절대 팔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놓고 있다.

참깨, 들깨 역시 지역 우수 농산품을 직접 선별해 사들인 후 세척, 건조를 모두 가족들의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기름의 맛을 좌우하는 로스팅(볶기), 압착 과정 역시 모두 가족들의 손길로 이루어진다.

정 대표는 “식당들이 아무리 좋은 재료, 레시피로 요리를 해도 주인의 손맛에서 맛이 결정 된다”며 “우리도 모든 공정에 가족들의 섬세한 수작업이 들어간다”고 말한다. 이 덕에 ‘시장기름집’ 제품은 찌꺼기가 거의 없어 깔끔하고 고소한 맛이 월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정 대표는 여기에 한 발 더 나가 6차산업의 원리를 회사 운영에 적용하는 구상을 서두로고 있다. 인근에 참깨·들깨 재배단지를 조성해 직접 원료를 조달한 후, 단지 내 공장을 세워 생산-제조-판매·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본래 6차산업이 생산(1차), 제조(2차), 유통-서비스(3차)를 한 공정, 단일 시스템으로 적용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정 대표의 이러한 구상은 지역 농업, 유통업체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정 대표의 노력 덕에 최근 3~4년간 매출 7~8배나 올랐다. 가게로 오는 손님만 맞는 수동적 마케팅을 지향하고 수요자, 거래처를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시장기름집에서 판매 중인 선물 세트.

◆문경참기름을 문경 특산물로 도약시킬 것=최근 농업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정부나 자치단제 단체의 노력도 늘고 있다.

정 대표도 이런저런 자치단체 프로젝트나 산학협력 사업에 응모하고 있지만 심사 기준, 심사위원들의 시각이 너무 탁상 행정, 페이퍼 위주로 진행돼 농촌 현실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사위원들이 주로 묻는 질문이 특허 있느냐, 서류로 입증할 수 있느냐 등이에요. 가게에 40~50년 된 단골이 계속 찾아오고, 재구매율이 수십 년째 유지된다면 이게 특허 보다 더 뛰어난 실적이 아닐까요? 3대째   50년 전통이 이어져 왔다면 이게 손맛이고 노하우고 입맛인데 서류로만 증빙을 하라니 현장에 있는 우리들은 답답할 뿐이죠.”

그럼에도 시장기름집을 문경의 명물로 도약시키기 위한 정 대표의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지역 농산물 축제나 농업박람회는 물론 전국의 유통행사에도 빠짐없이 달려가 부스를 차리고 시음 행사를 하며 제품을 알리고 있다.

문경참기름이 전국 참기름으로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라이벌인 ‘예천참기름’의 아성을 뛰어넘는 것도 쉽지 않는 과제다. 아직은 지역 쇼핑몰에 의존하고 있는 온라인 판매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경사과나 문경오미자, 약돌돼지가 하루아침에 특산물이 된 것은 아닙니다. 지역의 농업 선배들이 5년 10년 넘게 전국 축제장을 뛰어다니며 판로를 개척하고 제품의 브랜드를 키운 결과입니다. 저희 시장기름집이 문경 특산물이 될 때까지 저의 걸음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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