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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경북 전통시장] (34)영일대북부시장

기사승인 2022.08.16  16: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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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프로그램 물회 맛집에 소개되며 전국적인 맛집거리로 도약

포항시 대신동 영일대북부시장은 67년 역사를 자랑하며 한때 죽도시장과 함께 포항 상권의 양대 산맥을 이룰 정도로 번성했다. 시장 내부 모습. 포항시 제공

쇠락한 전통시장이 갑자기 살아났다면? 보통은 시장 앞으로 큰 도로가 뚫렸거나, 시장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아주 기막힌 우연(?)으로 침체된 시장이 벌떡 일어서기도 하는데, 바로 포항 영일대북부시장의 경우이다.

포항시 대신동 영일대북부시장은 67년 역사를 자랑하며 한때 죽도시장과 함께 포항 상권의 양대 산맥을 이룰 정도로 번성했다. 바로 옆에 포항시청을 끼고 있었고 동빈내항이 바로 옆에 있어 연중 싱싱한 수산물 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사가 남구 대잠동으로 이전하고, 포항시 상권이 죽도시장 쪽으로 집중되면서 북부시장은 존폐를 걱정할 처지가 되었다.

그때 한 방송사에서 시장의 한 물회횟집을 소개했다. 매스콤의 위력은 생각보다 컸다. 방송 이후 횟집 골목엔 평일 5백여 명, 주말엔 1 천여 명의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반짝하고 말겠지 했던 ‘물회 신드롬’은 6년 넘게 인기를 끌며 관광객들을 연중 대신동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잘 키운 메뉴 하나가 시장을 벌떡 일으켜 세운 포항 영일대북부시장(이하 북부시장)으로 떠나보자.

◆1970년대 죽도시장 못지않은 상권 자랑=북부시장의 역사는 6·25 한국전쟁 무렵으로 올라간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형산강 일대에는 난전들이 들어섰는데 북부시장도 이 당시 문을 열었다. 10년 넘게 노점, 난장으로 펼쳐지던 시장은 1965년도 2월에 포항시의 허가를 얻어 정식으로 개설되었다.

상설시장 개설은 죽도시장보다 6년 빠른 것이어서 당시 북부시장 상권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시장 인근엔 포항 시청사와 행정기관들이 들어서 번창하던 때였다. 행정타운이 들어서면서 북부시장은 공무원과 민원인, 주민들로 늘 붐볐고 시장에 손님들이 넘쳤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박영선(60) 씨는 “1970~90년대 북부시장은 포항 주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 정도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고 말한다.

포항시청 입지의 후광도 두터웠지만 바로 200여m 거리에 동빈내항이 자리 잡고 있어 싱싱한 해산물의 즉석 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포항 북부 상권의 중추를 담당하던 북부시장은 2006년 포항 시청사가 남구 대잠동으로 이전하면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급속한 인구의 감소와 대형마트의 등장, 신도시의 개발도 시장 쇠락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40년 넘게 횟집을 운영했다는 한 횟집주인은 “1978년도 처음 북부시장에서 횟집을 열 때만 해도 새벽이면 수산물을 살려는 인파로 골목이 늘 붐볐다”며 “당시엔 죽도시장엔 새벽시장이 없어 오히려 북부시장 쪽이 활기가 넘쳤다”고 말했다.

 

◆1970년대 잡어 썰어 만든 물회, 막회 개발=한때 포항 전통시장의 양대 상권중 하나를 형성했던 북부시장, 어느덧 북구 일대 영세시장으로 쇠락을 거듭해 갔다.

급격한 상권의 위축 속에서 상인들은 생존전략으로 시장의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했는데 그게 바로 오늘날 북부시장을 있게 한 물회와 막회였다. 개발했다기보다는 그나마 경쟁력이 있어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하다.

어떻게 보면 북부 시장과 물회와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바로 인근의 동빈내항에는 소형어선들이 주로 정박했는데 이들은 잡은 고기를 어판장에 가지 않고 북부시장으로 바로 넘겼다.

덕분에 시장엔 싱싱한 생선들이 사철 넘쳐났다. 등푸른 생선들과 잡어들은 아낙네들의 손길을 거쳐 즉석 회로 만들어졌는데 이게 바로 물회, 막회였다.

물회, 막회가 모두 생선회를 막 썰어내는 공통점이 있지만 요리영역으로 넘어가면 뚜렷하게 구분된다.

시장의 한 횟집 주인은 “물회는 일종의 식사 개념으로 사발에 담아내고, 무침회 성격의 막회는 주로 안주로 먹기 때문에 접시에 담아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구분했다.

특히 북부시장에는 막회거리가 특화돼 있고 특별히 시에서  ‘향토 음식’으로 지정해 관리를 하고 있다. 막회는 잡어 등 생선을 거칠게 썰어내는 개념인데 이곳엔 청어, 꽁치, 방어 등 등푸른 생선들이 많이 들어와 이름도 ‘등푸른 막회거리’로 붙였다.

포항시 북구 영일대북부시장의 등푸른막회. 매일신문 제공

◆백종원 ‘3대 천왕’에 소개되며 전국 명소로=포항 주민들 일부만 몰래 즐기던 물회, 막회는 어느 사건을 계기로 전 국민의 미식(美食)으로 도약하게 된다. 그 사건은 잘 알려져 있듯 2016년 촬영된 백종원의 ‘삼대 천왕’이라는 프로였다.

포항의 오랜 전통 메뉴인 물회는 대중들에게 워낙 잘 알려진 덕에 크게 어필되지 못했지만 ‘막회’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좀 달랐다. 시장에서 지갑이 얇은 서민들을 위한 요리라는 점, 등푸른 생선을 재료로 쓰기 때문에 건강성을 담보했다는 점, 고급 요리사의 횟칼로 장만하는 것이 아닌 난전 아줌마들의 거친 칼로 막 썰어낸다는 친(親)서민적 정서 등이 어필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TV 프로그램에 등푸른막회 골목이 소개되며 다음 날부터 북부시장 골목엔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성관 상인회장은 “TV 방영 이후 해당 횟집엔 수십m씩 대기 줄이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며 “덕분에 주변 횟집에도 손님들이 모여들어 우울하던 시장에 갑자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TV 방영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시장엔 아직도 막회, 물회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TV 방영 시점만은 못하지만 포항 물회, 막회에 대한 좋은 기억이 워낙 강렬하게 박혀서인지 인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북부시장이 전국적인 맛집 거리로 도약한데는 TV의 소개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수많은 시장의 부침 속에서 자리를 지켜온 아낙네들과 물회, 막회라는 메뉴를 꾸준히 지켜온 횟집 상인들의 끈기가 뒷받침되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스피드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옛 정을 잃지 않은 골목 상인들의 따뜻한 감성이 시민, 관광객들을 시장으로 불러낸 것이 아닌가 한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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