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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피플] ‘다시, 지역 출판이다’ 펴낸 신중현 대표

기사승인 2022.07.01  22: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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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 지역 출판업계 몸담았던 소회, 감동 한권 책으로

‘다시, 지역 츌판이다’ 펴낸 학이사 신중현 대표. 학이사 제공

한 분야에서 35년? 단순 계산으로 1만2천일이 넘고, 시간으로 환산하면 3만 시간이 넘는 기간을 어느 한 분야에서 일했다는 것인데.... 눈 감고도 작업의 일머리를 연산(演算)하고, 보지 않고도 전 공정을 훤히 꿰는 차원일 것이다.

강산을 세 번 반이나 바꿔 가며 대구 출판계에서 한길을 걸어온 학이사(學而思) 신중현 대표가 책을 펴냈다. ‘다시, 지역출판이다’다. 지역 출판을 화두로 30년 넘게 현장에서 일 하면서 느낀 소회를 담았다.

1987년 출판사에 첫발을 내딛은 당시 출판 상황과 대구에서 출판일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바람, 지역 출판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고민을 정리했다. 또 출판문화 활동을 이끌며 지역민들과 함께했던 다양한 독서운동 사례, 기억에 남는 책과 기획에 얽힌 이야기 등을 실었다.

◆지역 출판사 콘텐츠는 지역의 역사·문화 기록=신 대표는 “지역에 좋은 출판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언론사나 좋은 대학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훌륭한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지역 출판산업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경제·문화의 서울 집중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특히 출판분야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지역 출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5% 정도 됩니다. 발행 종수로 들어가면 더 심각해집니다. 이래저래 계산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출판 불균형은 95대 5쯤 될 겁니다.”지역 출판사도 수도권 출판사처럼 상업 출판을 추구하지만 그 틈새에서 나름 의미 있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역 콘텐츠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일이 그것이다.

신 대표는 산업화로 인해서 사라지는 지역의 이야기를 후손에게 전해주는 일, 지역의 역사와 인문학적 자료를 수집, 정리하는 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작품과 행적을 기록하는 일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지역 출판사의 책들은 지역의 문학과 철학이 되고 역사로 남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저자는 2020년 코로나-19가 대구를 휩쓸 때 대구시민들의 대처, 위기극복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코로나-19 대구시민의 기록 그때도 희망을 가졌네’ 와 코로나 현장에서 사투를 벌였던 의료진의 기록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 책이 나오자 중앙 일간지에서 대서특필하며 이슈화 되자, 일본에서도 단행본으로 번역, 출간됐다. NHK를 비롯한 각국 언론까지 대구로 몰려들어 취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신 대표의 이런 기획과 저술 과정을 통해 대구코로나는 단순한 방역, 재난, 질병의 영역을 넘어 대구의 역사, 다큐, 인문학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책 출간 계기로 지역 출판의 나아갈 방향 모색=이 책은 신 대표가 대구에서 출판을 시작하고 35년 동안 업계에 몸담으면서 생겼던 일을 크게 네 주제로 나눠 정리하고 있다.

1부 ‘지역에서 출판 하기’에서는 대구에서 출판 일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바람을, 2부 ‘지역에서 책으로 행복하기’에서는 지역 출판사의 소명과 역할, 다양한 활동 사례를 정리했다.

3부 ‘잊을 수 없는 책 기획-노트’에서는 기억에 남는 책과 기획 과정에서 생긴 얽힌 이야기를, 4부 ‘내 맘대로 책 소개’에서는 저자만의 독특한 책 소개를 싣고 있다.

신 대표는 학이사에서 발간한 400여종의 책 중 환경운동가 정홍규 신부의 ‘마을로 간 신부’를 기억에 남는 책으로 꼽는다. 이 책은 ‘중국국제도서전’을 앞둔 심사에서 블랙리스트로 찍혀(?)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저자는 제목을 ‘다시, 지역출판이다’로 정한 이유를 “지역에서 쓰고 만들고, 읽는 이 경이로운 일의 중심에 출판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일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과 결심을 함축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는 학이사에서 주관하고 있는 독서 운동에 대한 자부심도 짙게 배 있다. 학이사에서는 2016년부터 책 읽는 훈련을 테마로 ‘독서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지역 문단의 중진 문무학 시인의 강의와 서평쓰기 공부를 통해 ‘제대로 읽는 방법’에 대해 강의해 왔다.

또 2017년부터는 독서아카데미 출신을 따로 모아 한 달에 한 권 동서양고전 문학을 읽고 토론하는 ‘책으로 노는 사람들’ 활동을 펼쳐왔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지역에서 출판 일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그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며 ‘이 책을 계기로 지역 출판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직 누군가에게 타산지석의 기회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모한 용기’를 냈다는 신 대표. 다행히 이 ‘무모한 용기’에 독자들은 물론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화답이 이어지고 있다. 벌써 책 발간 문의가 쇄도하고, 독서모임들의 단체 주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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