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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경북 전통시장] (25)예천 용궁시장

기사승인 2022.06.24  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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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내성천 나루터엔 사방 100리에서 온 장꾼들로 북새통

1960~70년대 사방 100리의 화물, 장꾼들이 몰려들었다는 용궁시장. 산업화 이후 급격한 이농현상으로 시장의 상권은 예전보다 훨씬 쇠퇴했다. 한상갑 기자

일반 독자들에게 용궁면(예천군)은 낯선 이름이다.(지명도에서 오히려 회룡포에도 밀린다) 용궁면은 한 때 예천군과 양강(兩强) 구도를 이루었을 정도로 세를 뽐냈지만 지금은 1500여 가구, 인구 2367명(2022년)인 향촌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고대 예천엔 미리미동국(彌離彌凍國)이란 소국이 들어섰다가 곧 신라의 복속 되었다.(미리미동국을 밀양으로 비정한 학설도 있음) 이 소국의 옛터가 축산현 이었는데 축산현은 용궁면의 옛 이름이다. 이 사실로 본다면 용궁면 일대가 미리미동국의 근거지였음을 알 수 있다.

한 왕조를 품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용궁면은 조선시대에도 예천군과 자웅을 겨를 정도로 군세(郡勢)를 자랑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 교육기관인 서원, 향교를 세울 때도 예천과 용궁은 같은 대접을 받았다. (예천군에 예천향교·옥천 서원을 세울때, 용궁군엔 용궁향교·소천서원을 나란히 설치했을 정도)

예천의 2강 체제를 구축하던 두 도시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용궁군이 예천군에 통합되면서 경쟁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고대부터 왕국의 꿈을 키웠지만 신라라는 맹주를 만나 좌절했고, 웅군(雄郡)으로 도약을 모색했지만 행정개편으로 꿈을 접고 만 것이다.

1천년 꿈을 뒤로하고 이제 예천에서 작은 시장을 일으켜 전통시장 부활의 꿈을 모색하고 있는 용궁시장으로 떠나 보자.

 

◆용궁나루터, 용궁역 덕에 일찍부터 상업, 교통도시로=한 왕조가 개국 터를 잡았을 정도로 용궁면은 천혜의 입지를 자랑한다.

먼저 용궁면을 가로지르는 내성천과 삼강주막을 거쳐 낙동강으로 통하는 물길은 도로가 발달하기 전 한말까지 영남의 주요 수운(水運) 수단이었다. 옛날 용궁면 앞을 흐르는 삼강나루는 안동-예천-문경-상주를 있던 물류의 중심이었다.

옛날 삼강나루에서 장사배가 뜨면 내성천을 거쳐 용궁읍내로 향하고, 여기서 실린 화물들이 낙동강-문경새재를 거쳐 서울로 올라가기도 했다.

육로라면 문경새재, 영남대로 밖에 없던 시절이었으니 내륙에서의 웬만한 물류와 여객의 수송은 나룻배들이 담당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삼강나루나 용궁나루터에서는 여객, 소, 보부상이 함께 뒤섞여 배에 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1928년 개통한 경북선도 용궁면 경제 성장에 큰 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24개역 중 절반이 넘은 14개 역이 폐지되었지만 경북선은 한 때 경상북도 북부지방 교통망의 주축을 이루었을 정도로 교통량을 자랑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연간 수송량은 10만톤이 넘었고, 여객도 20만명을 웃돌 정도로 역이 활성화 했다고 한다.

장터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용궁장이 전성기를 누리던 1960-80년대 장터엔 영주, 점촌, 상주, 구미에서 기차를 타고 온 장군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이런 화물과 여객의 집중을 배경으로 용궁면엔 1980년대까지 우시장이 섰을 정도로 번창했다. 지금은 용궁시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용궁순대, 돼지국밥도 당시 우시장 장사꾼들이 즐겨먹던 전통이 이어져온 것들이다.

한 어르신이 슬리퍼, 신발 노점을 차리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4, 9일 장날엔 노점, 행상들이 오일장 전통 계승=지난 주 안동을 거쳐 예천 학가산으로 향하던 중 용궁순대를 맛보기에 용궁면 단골식당에 들렀다. 마침 그날은 용궁 장날(4, 9일)이어서 도로에는 행상 트럭과 노점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단골식당 앞에서 한 어르신은 난전을 펴고 있었는데 양파, 감자, 고추 등 채소와 TV에서 본 잔나비걸상, 말발굽버섯 같은 약재들을 팔고 있었다.

이 어르신은 “옛날 내성천, 삼강나루 물길이 열려있을 때는 사방 100리의 화물, 장꾼들이 모두 용궁으로 몰려들었다”며 “철도와 도로에 길을 내준 후 인구, 상권이 대도시로만 몰려 옛날의 영화는 추억으로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서울서 소장수들이 내려오고 극장이 들어설 정도로 번창했던 용궁면의 위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 몇 분이 장터를 지키고 있었다.

장마당을 채우고 있는 물건들도 슬리퍼, 때밀이수건, 나프탈렌, 의류, 전통과자, 식료품 등이 대부분이었고 크게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만한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젊을 때 용궁시장은 어깨가 부딪치고 발걸음이 채일 만큼 장꾼들이 몰려 들었는데 지금은 마을 어르신들이 소일 삼아 장에 나오거나 맛집에 들렀던 관광객들이 시장을 둘러보는 정도”라고 말한다. 주요 거리인 용궁시장길 위에 시장의 서쪽 난전에도 몇몇 노점들이 나와 있었지만 행인도 없이 넓은 공터에 정적만이 시장을 감돌고 있었다.

연탄불에 익힌 오징어불고기와 순대국밥이 일품인 ‘단골식당’.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되면서 전국 맛집으로 부상했고 지금도 휴일이나 장날이면 30분 대기줄은 기본이다.

◆용궁양조장, 시장제유소, 단골식당 등 명소=백년 넘게 전통을 이어온 시장의 내공 덕인지 시장 곳곳엔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에 세워졌다는 용궁양조장도 그중 하나다. 그동안 ‘6시 내고향’ ‘1박 2일’ 등에 방영되며 유명해진 이 집은 생(生)막걸리로 유명하다. 강한 단맛에 깔끔한 맛으로 전국에 막걸리 마니아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생막걸리 단 메뉴만을 고집하며 최고 맛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고 있다. 기계와 자동화를 최소화 하고 옛날 방식대로 대부분 공정을 진행한다.

SBS ‘생활의 달인’ KBS ‘1박 2일’에 소개된 ‘시장제유소’는 예천을 넘어 전국 명소로 올라 있다. 33년 역사를 지닌 이 집은 오지 국산 깨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옛날 기계를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기름을 짠다는 점. 보통 방앗간에서는 깨에 열을 가한 다음 압축하여 기름을 짜는데 여기서는 저온에서 압착해 기름을 얻는다. 볶지 않아 산화(酸化)가 덜하고 저온에서 압축해 고소한 맛이 더 강해진다고 한다. 현대 제유(製油)방식으로는 한 번 착유로 끝나지만 이곳에서는 2번 압착을 통해 참깨에 함유된 잔유까지 100% 추출해낸다.

연탄불에 익힌 오징어불고기가 일품인 ‘단골식당’도 빠질 수 없는 맛집 명소다. 안동에 맘모스제과나 안동찜닭이 있다면 예천엔 단골식당이 있다고 할만큼 지역민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되면서 전국 맛집으로 부상했고 지금도 휴일이나 장날이면 30분 대기줄은 기본이다. 순대, 돼지고기, 닭발구이, 돼지국밥이 주요 메뉴지만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막창순대와 오징어불고기·돼지불고기다. 매콤한 양념을 바른 오징어·돼지고기를 직화로 구워낸 다음 용궁생막걸리와 곁들여 먹는 맛을 최고의 조합으로 친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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