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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피플] 경영텍스·케이와이어패럴 이명규 대표

기사승인 2021.07.28  15: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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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정장·골프의류 70만점 갖춰... 가격은 시중보다 80~90% 저렴

경영텍스 이명규 대표가 사무실에서 케이와이어패럴 유통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공장형 아울렛에는 등산·정장·골프의류가 70만점 넘게 갖춰져 있고, 가격은 시중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상갑 기자

인류 최초의 거래방식은 물물 교환이었다. 이후 금·은 등 ‘가치를 보증하는 금속’이 등장하며 화폐경제 시대를 열었다. 이제 인류의 거래수단은 신용거래를 거쳐 가상화폐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미래화폐까지 등장한 가운데 아직도 대금결제에 물물교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한 기업이 있다.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의 ‘경영텍스’는 2005년부터 이 같은 ‘바터(Barter)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생산한 원단을 의류업체 납품 한 후 대금을 완성 의류로 받는 방식이다.

왜 이렇게 불편하고 시대착오적인 결제방식을 택했을까. 경영텍스 이명규 대표를 만나 그 얘기를 들어보았다.

◆원단 대금 대신 완성품 의류로 받아 판매=이 대표가 섬유 사업에 뛰어든 건 1990년 무렵. 대구의 한 고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동생의 원단 사업을 돕기 위해 급히 ‘투입’되었다가 이내 섬유사업에 발을 딛게 되었다.

역설스럽게도 형을 끌어들인(?) 동생은 공장에서 손을 뗀 후 다른 사업을 시작했고, 이 대표만 사지(死地)에 남았다. 이후 이 대표는 사양(斜陽)산업을 넘어 ‘사양’(死陽)산업으로 비유되는 대구 섬유업계에서 30년 넘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동안 섬유업체를 운영하며 부침(浮沈)을 거듭했지만 좋았던 기억보다는 재고처리, 급전 돌려막기, 거래처 부도처리 등에 뛰어다니던 우울한 기억들이 더 많다.

이 대표는 ‘물물 교환방식’은 이런 지역 섬유업계 불황의 산물이었다고 말한다.

“2000년 무렵 한 의류업체와 수억대 원단을 거래했는데 판로가 막혀 그 회사가 도산위기에 처했어요. 그대로 놔두면 떼일 것 같고, 대금 회수를 고민하다가 할 수 없이 완성품 아웃도어를 현물(現物)로 받아 왔어요. 이게 물물교환 결제의 시작이었죠.”

그 후 값싼 중국산 원단이 들어오면서 대구 섬유업체들은 가격경쟁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되었고 이런 여파는 이 대표에게 직격탄으로 날아왔다. 창고마다 대금으로 받은 의류들이 쌓이자 이 대표는 케이와이어패럴이라는 의류 아울렛 매장을 개설했다. 유통라인을 갖게 되면서 이 대표는 지긋지긋한 대금회수, 거래처 부도 위험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되었다.

이 대표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현금” 이라며 “그러나 지역 경제, 업체 사정상 현금 결제를 못하게 될 때 이를 끌어안아야 하는 것도 기업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대물 결제, 물물교환을 하면 업체도 좋고 우리도 물건을 싸게 들여올 수 있어 서로 윈윈 하는 게임이 가능해진다는 것.

경영텍스가 관리하는 아웃렛 케이와이어패럴은 독특한 운영 콘셉트로 유명세를 타면서 그동안 KBS·채널A·NBN 등 국내 다수 방송, 언론사에 소개됐다.

1층 매장에서 아웃도어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명규 대표.

◆대구 최대 창고형 초특가 할인 매장=달서구 갈산동에 위치한 경영텍스는 4,300㎡ 공간에 남녀의류, 아웃도어, 골프의류, 잡화 등 70만 점을 갖추어 놓고 있다. 이 물건들 상당수는 대물로 받은 것이지만 일부는 필요에 의해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은 ‘비교 불가’의 가격 경쟁력이다. 25만 원짜리 유명브랜드 자켓은 2만~3만원에, 5만원짜리 브랜드 와이셔츠도 1만원, 10만원대 유명 골프바지도 1만~2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26일 방문 때 1층 매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가격이 싸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 왔는데 정말 시중가보다 80~90% 저렴한 물건들이 많다”며 “온 김에 가족들 가을, 겨울 의류까지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저렴한 가격을 기반으로 경영텍스는 전국에 1만2,000여명의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신제품이 들어올 때마다 SNS로 고객에게 안내를 하면 도매, 소매상부터 개인들까지 매장으로 찾아온다.

이런 판매 전략과 유통 다각화 덕에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비 5배 이상 급증했고, 수출까지 합쳐 총 80억원을 넘어섰다.

경영텍스는 현재 전국 50여곳 업체와 거래를 맺고 판매망을 확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조만간 홈쇼핑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역 내 원단, 의류, 패션업체를 묶어 밴드를 구성해 홈쇼핑에 납품한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 역시 지역의 섬유, 원단사업을 걱정하는 이 대표의 ‘상생 철학’이 잘 반영된 구상이다.

이 대표는 “대구에서 오래 섬유업에 종사하다 보니 혼자만 잘먹고 잘사는 구도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며 “업체들이 지혜를 짜내면 지역 업체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선(善)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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