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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영남 전통시장] ㊳ 의성전통시장

기사승인 2021.06.15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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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 수확기 전국에서 상인들 몰려...‘할매 닭발’ ‘남선옥’ 전국에서 맛객들 발길

의성공설시장은 역사와 전통, 풍부한 스토리텔링에 맛집들까지 두루 갖춰 시장 활성화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한상갑 기자

잘 풀리는 집안에는 무언가가 있듯, 잘나가는 전통시장에도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다. 대체로 자리를 잡은 시장은 전통이 깊고 역사를 뒷받침해주는 스토리텔링이 풍부하다. 전국구급 특산물이 있어 시장의 든든한 배경이 돼 주는 것도 공통점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자면 독특한 맛집들이 시장의 가치를 키운다는 점이다. 안동중앙시장과 맘모스제과, 현풍시장과 수구레국밥, 봉덕시장과 돼지국밥의 조합이 그런 것들이다.

6월의 첫 전통시장 방문지로 의성전통시장을 정했을 때 기대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인구 5만 남짓한 농도(農都)에 ‘30년 후 사라질 도시 1위’로 랭크되었다는 선입견이 그런 생각을 짙게 했다.

그러나 막상 시장 입구에 들어섰을 때 장터를 가득 메운 인파와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이런 편견은 바로 깨지고 말았다. 도시에 대한 군민들의 자부심도 강했고, 그런 자긍심의 바탕엔 조문국, 컬링도시, 육쪽마늘 등 특산물과 후광이 있었다.

경북 내륙의 대박 전통시장 의성공설시장으로 떠나 보자. 

◆경북 내륙 한복판에서 유통, 물류의 중심=의성에 선조들이 문명을 일구기 시작한 것은 삼한시대로 올라간다. 삼국사기 기록에 보면 2세기 무렵 금성산 일대에 조문국이 있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의성군 일대에 374기 정도 고분군이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꽤 큰 세력을 형성했음을 알 수 있다.

조문국은 아쉽게 AD 185년에 신라에 병합되었지만 금동관이 출토되고 순장(殉葬) 풍속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꽤 강력한 정치세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경상북도의 한 복판에서 좌우 도시를 넘나들며 한때 물류의 중심으로 활약했지만 경부고속도로에서 비켜나면서 김천, 구미 등 남부지역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1965년 20만 명을 웃돌던 인구가 5만여명으로 떨어지며 위기를 맞고 있지만, 중앙고속도로와 상주-영덕고속도로를 품으며 경북 내륙의 유통에 한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의성전통시장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는 주민들.

조선후기에는 8개, 일제강점기에는 9개의 전통시장이 존재했을 정도로 유통도시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의성공설시장은 일제감정기 정기시장의 전통을 이은 것으로 1946년 의성군에 의해 공설정기시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1940년대 서울과 경주를 잇는 중앙선이 의성을 경유하며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띠었다. 당시 의성장은 안동장, 영주장 등과 함께 중앙선 철도변 5대 시장 중 하나로 손꼽혔다. 해방 이후 활발한 경제 활동을 이어가던 의성은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으며 침체기를 맡게 되었다.

의성공설시장은 안계시장과 함께 의성 최대의 전통 시장이다. 아직 오일장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어 장날이 아니면 문을 열지 않는 점포들도 많다.

김오인 상인회장은 “2, 7일에 장이 서지만 여기에 공휴일까지 겹치면 시장은 웬만한 대도시 시장 못지않게 인파로 북적인다”며 “특히 마늘수매가 본격화되는 6~9월엔 새벽부터 전국의 상인들이 몰려와 성시(盛市)를 이룬다”고 말했다. 마늘은 의성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인류의 슈퍼푸드 10’에 랭크되고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한국인의 ‘소울푸드’에 가깝다. 이밖에 특산물로는 ‘의성의 의로운 5형제’라고 불리는 황토쌀, 사과, 고추, 자두 등이 있다.

의성시장은 서문 쪽에 ‘먹거리 골목’을 따로 두고 있고, 이 골목의 맛집은 단연 ‘할매닭발’이다. 

◆할매닭발, 남선옥 등 맛집들 시장 활성화 한몫=시장 탐방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맛집 투어다. 이번 의성시장 취재에서 큰 성과 중 하나가 시장을 든든하게 받쳐주던 맛집의 발견이었다.

의성시장은 서문 쪽에 ‘먹거리 골목’을 따로 두고 있고, 이 골목의 셀럽은 단연 ‘할매닭발’이다. 여기 닭발요리는 대부분 연탄불로 구워낸다. 마늘이 듬뿍 들어간 양념과 불향의 조합이 이 골목 맛의 비결이다.

45년 동안 이 골목을 지켜온 권병희(82) 씨는 지금도 주방과 연탄 불과 홀을 누르며 식당을 진두지휘 한다. 권 씨는 “특별한 비법은 없고 좋은 닭고기와 의성에서 나는 고추와 마늘 쓰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말한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1차)을 소스 가공(2차)을 거쳐 유통(3차) 되는 선순환하는 덕에 지역도 시장도 함께 상생하는 구조다.

숯불에 구운 양념 맛이 일품인 ‘남선옥 식육식당’도 의성시장의 맛집 반열에 올라있다. 등심, 차돌박이는 물론 우둔살, 양지, 앞다리살 등 다양한 부위로 만들어지는 양념한우는 전국에 단골을 거느릴 정도로 유명하다. 1957년 개업한 일에 아들이 바통을 이어 가고 있으며 가성비 최고 의성 맛집으로 명성을 쌓아 가고 있다.

소머리 곰탕으로 유명한 ‘들밥집’도 시장 나들이 필수코스다. 점포 앞에 걸어 놓은 대형 무쇠솥이 이 집의 내력을 말해준다. 들밥집은 시어머니 손맛이 며느리로 이어지는 고부(姑婦) 맛집이다. 곰탕은 오래 끓여야 좋을 것 같지만 90도 정도 물에서 살짝 끓여낸 뒤 찬물에 담가 지방과 냄새를 빼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맛과 영양을 높인다. 정성을 다해 고아 낸 국물은 따로 첨가물을 넣지 않아도 깊은 맛과 향을 낸다.

한때 의성은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자치단체 존립의 위기까지 갔으나 최근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경북 귀농 실적 1위’ ‘합계 출산율 경북 1위’를 기록하며 도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빙계계곡, 조문국 사적지, 고운사, 산수유마을 같은 관광지도 도시의 격(格)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영미! 영미!의 컬링 국가대표팀이 일본을 제치고 은메달을 따면서 의성에 대한 도시이미지를 한껏 견인했다.

이런 작은 변화 덕에 한때 도시에 드리워졌던 우울이 조금씩 걷혀지고 있다. 자치단체와 주민이 노력하기에 따라 도시의 시장과 인심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하겠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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