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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경북 전통시장] (12) 영천공설시장 돔배기

기사승인 2021.01.21  20: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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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영천시장 돔배기 거래 규모 500톤, 전국 유통량 절반 차지

영천시장 어물전엔 약 20여곳의 돔배기 도·소매시장이 영업 중이다. 영천 돔배기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들어는 데 부산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고기는 영천에서 다 가져가고 부산 사람들은 내장만 먹는다’고 말한다. 영천공설시장 동문 모습. 한상갑 기자

고대 고분에서 상어가 출토된 지역은 경주, 경산, 대구, 구미, 의성 등이다. 상어는 주로 신라 왕릉이나 지역 수장급 무덤에서 출토되고 장경호(莊頸壺), 대호(大壺) 등에 부장된 것으로 보아 장례에서 귀한 제수 음식으로 대접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영남지역에서 상어는 ‘혼백을 부르는 음식’ 이라 칭해 온 것도 이런 맥락과 다아 있다.

영남지역에서 상어 주산지는 포항, 울산이다. 상어고기가 내륙으로 들어왔다면 염장된 형태로 경주로 들어온 후 각지로 유통 되었을 것이고, 수운(水運)을 통했다면 금호강 수계를 따라 포항-영천-경산-대구 등지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어쨌든 대구경북의 주요 도시들은 4~5세기부터 신라의 주도하에 상어 문화권을 공유한 셈이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 상어 문화의 주도권은 영천으로 완전히 넘어가버린 느낌이다. 현재 영천시는 돔배기를 ‘영남 생선’을 넘어 ‘국민 생선’으로 띄우며 상어 종주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내륙도시 영천이 ‘상어 도시’로 변신한 비밀을 찾아 영천공설시장으로 떠나 보자.

◆금호강 수계 따라 상어고기 경북 내륙 전파=대구경북에서 상어 문화권이 형성된 것은 신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대 신라는 포항과는 수로(금호강 수계)로 연결되었고, 울산과는 일찍부터 교역로가 열려 있었다. 육로, 수로로 두 도시와 열려있던 경주에는 일찍부터 동해로부터 상어, 해산물이 유통되었을 것이다.

영남의 패권이 5세기 이후 신라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경산(압독국), 영천(골벌국), 대구 (달구벌국)은 신라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청림문화유산연구소 박승규 소장은 “5세기 대구경북의 고분과 부장품들을 살펴보면 당시 패권을 쥔 신라의 영향력이 영남 지역으로 뻗어가는 과정이 잘 나타난다”며 “이 과정에서 신라의 제례문화와 상어고기도 대구경북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박 소장은 상어고기와 신라문화의 유입경로로 금호강 수계를 주목한다. 포항 죽장면 상옥리에서 발원한 금호강은 포항북부를 거쳐 경산·영천을 거쳐 대구까지 연결된다. 또 포항과 경주는 기계-강동을 거쳐 수로로 연결된다. 즉 고대 영남지방은 경주-포항, 경주-영천-경산-대구의 물길로 연결되었고, 이 경로를 통해 제례문화가 전파되었음을 알 수 있다.

풀리지 않는 의문도 있다. 대구경북 고분 곳곳에서 발견되는 상어뼈가 정작 ‘상어 종주도시’ 영천에서는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박 소장은 “고대 교역, 문화 교류 흔적이 현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상어 콘텐츠가 영천에서 히트를 친 것은 자치단체의 공”이라고 말한다. 즉 상어가 고대 이후 대구경북 내륙 도시에서 식용, 제수 음식으로 널리 유통되었지만 이를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 선점한 것은 영천이기 때문에 (영천이)콘텐츠에 대한 지적소유권을 갖게 된 것이라는 것. 

한 때 영천에서는 연간 500톤 이상 상어고기가 거래되었는데 이는 전국 유통량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한다. 영천시장 어물전 모습.

◆제사문화 위축으로 돔배기 시장 하향 길=이제 모든 논란과 화제의 중심 영천공설시장으로 가보자. 현재 영천시장 어물전엔 약 20여곳의 돔배기 도·소매시장이 성업 중이다.

현재 영천으로 들어오는 대부분 돔배기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들어온다고 한다. 현지에서 최상품만 들여오기 때문에 부산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고기는 영천에서 다 가져가고 부산 사람들은 내장만 먹는다’고 말한다고 한다. 몸통은 영천에서 돔배기 재료로, 내장은 부산에서 두투(내장 삶은 요리)로 주로 쓰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영천에서는 연간 500톤 이상 상어고기가 거래되었는데 이는 전국 유통량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농촌 인구가 줄고 제사문화가 위축되면서 상어의 유통량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성수산의 전철수 대표는 “우리 가게에 월 매출이 1천만 원 정도인데 1년을 잡아도 1억 원 남짓” 이라며 “지금은 명절을 제외하고 예전처럼 큰 매기(買氣)가 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돔배기 어물전은 대부분 50~60년 점포를 운영해 온 1세대들이다. 특이한 점은 최 씨, 유 씨 등 자기 이름을 간판으로 건 상점들이 많다는 것. 오랜 세월 동안 자기만의 염장법, 숙성 노하우가 브랜드로 굳어진 것이다.

‘윤만상어물전’의 윤만상 대표는 “경상도 사람들은 고기 색만 보아도 좋은 고기인지 금세 알아챈다”며 “그래서 항상 최상급 고기를 취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19와 함께 어물전 상인을 우울하게 하는 일이 있다. 근래에 들어와 급격하게 위축되는 제사문화다. 현재 돔배기를 제사상에 올리는 곳은 대구, 경주, 안동, 영천, 예천, 영주 등으로 주로 경북 지역이지만 유통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얼마 전 안동 종갓집에서는 차례상 규모와 추향제 같은 문중 행사를 줄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부에서는 제사를 3대 봉사로 줄이고 제수 준비도 대행업체에 맡긴다고 한다.

인성상회 전철수 대표는 “요즘은 외국 여행지나 관광지 펜션에서 약식으로 제사를 지낸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이런 제사 문화 위축이 제수 산업 축소로 이어져 돔배기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부터 대구경북의 음식, 제례문화로 사랑을 받아왔던 상어고기는 근대에 접어들어 영천에서 그 꽃을 활짝 피워왔다.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돔배기는 ‘보현산 천문대’ ‘말산업’ ‘골벌국’과 함께 영천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중 하나다.

1,500년을 이어온 영천 돔배기 문화가 그 지나온 세월만큼 다시 전통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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