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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대구 전통시장] (12)수성구 시지 신매시장

기사승인 2020.12.04  16: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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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생활 밀착형 시장으로 특화... 대형마트와 ‘유통 전쟁’에서도 살아남아

수성구 시지 신매시장은 대형마트와 ‘유통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시장으로 유명하다. 한상갑 기자

아파트 밀집지 한복판, 더구나 주변에 대형마트가 세 곳이나 있다면, 일단 이곳은 전통시장 입지로는 최악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도심 아파트 주부들이 전통시장에 눈길을 잘 주지 않는데다 대형마트가 3면으로 포위하고 있다면 그 시장의 미래는 비관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고, 도심의 반듯한 유통공간으로 거듭난 시장이 있다. 대구 신도시 시지의 신매시장이다. 일반적으로 신도시에는 대형 유통센터가 번창하기 마련이지만 시지에서는 오히려 대형마트가 재래시장에 밀려 폐업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요즘 신매시장은 ‘도심 속 생활밀착형 시장’을 콘셉트로 주부, 핵가족, 1인 가구를 집중 공략하며 날로 시장세를 키워가고 있다. ‘전통시장 대역습’의 현장 신매시장으로 가보자.

◆조선시대 안동-대구-경산 잇던 교통의 요지=‘때 맞춰 도착해야 하는 곳’ 뜻을 갖고 있는 시지는 조선시대부터 안동과 대구-경산-청도-부산을 있는 교통 요지였다. ‘시지’란 지명은 시지원(時至院)에서 유래되었는데 바로 이곳에 조선시대 국립호텔인 원(院)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1980년대 영남대, 대구대,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를 통학했던 사람들은 ‘고산국도’라고 불리던 왕복 2차선 도로를 기억한다. 당시 75번, 71번, 0번, 36번 버스가 대학생들을 실어 날랐고, 길옆은 대부분 논, 포도밭이었다. 가끔씩 한우로얄, 삼두아파트, 경북아파트 같은 5층짜리 아파트들이 존재감을 들어내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시지는 경산과 인연이 깊다. 시지는 1981년 7월 대구시에 편입되기 전까지 행정구역상 경산군 소속이었다. 4세기 압독국이 팽창할 때 당시 수장이었던 임당 세력은 욱수, 노변, 시지에 대규모 마을을 세웠다. 일종의 위성도시이자 공업도시였다.

1990년대 시지지역에서 대규모 가마터가 발굴 됐는데 그 규모가 무려 4만여 점에 이르러 학계를 놀라게 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수요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보아 압독국에 토기를 납품했던 생산기지로 보고 있다. 일종의 국가산업단지, 토기 특구였던 셈이다.

신매시장은 ‘생활밀착형 시장’을 콘셉트로 주부, 핵가족, 1인 가구를 집중 공략하며 도심 속 전통시장으로 뿌리를 내렸다.

◆대형마트와의 ‘유통전쟁’서도 살아남아=신매시장은 1993년 시지에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쇼핑 편의 요구에 의해 생겨났다.

90년대 이후 경산, 시지에는 이마트경산, 이마트시지점, 홈플러스경산, 홈플러스스타디움점이 문을 열면서 한바탕 ‘유통 대전’이 벌어졌다.

대기업 유통점의 고래 싸움에 금방이라도 ‘등터진 새우 신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신매시장은 뜻밖에 선전하며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빅4’ 중 하나였던 이마트시지점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유통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이마트경산, 홈플러스경산점이 접근성이 떨어져 시민들의 발길을 잡지 못했고, 스타디움점은 외진 곳에 들어서 시민들이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한물간(?) 전통시장이 당시 대세였던 대형마트의 일전에서 살아남은 사실은 전국 지역 유통 역사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는다. 신매시장의 생존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신매시장의 번영 뒤에는 상인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상인회는 그동안 정부지원을 받기 위한 시장 업그레이드에 전력 했다. 전통시장은 일반적으로 ‘골목형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지역 선도형 시장’으로 나뉘는데 단계마다 중소기업벤처부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심사를 통과할 때마다 재정, 행정 지원이 따르기 때문에 보통 상인회는 심사에 사활을 건다. 신매시장은 놀랍게도 이 세 가지 심사를 모두 통과함으로써 시장 평가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 덕에 현재 시장의 가로 정비, 깔끔한 외관, 현대식 시설은 모두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할 수 있었다.

◆도심시장 특성 살려 생활 밀착형 시장으로 변신=신매시장의 흥행 포인트 또 하나는 도심 시장으로서의 특화전략이다. 석진권 상인회장은 “처음 대형유통점이 주변에 들어설 때 상인들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런 위기 극복을 위해 상인회가 마련한 것은 ‘도심 생활밀착형 시장전략’이었다. 대단위 아파트촌의 주부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여기에 상가 구성, 아이템 배분을 맞추었다. 신매시장 상가에 반찬 가게, 채소, 과일, 생선, 간식집이 유난히 많은 것이 이런 이유다.

상인회 석진권 회장은 ‘신매시장은 사실상 대형마트를 넓게 펼쳐놓은 형태’라며 ‘시민들이 원하는 생필품을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주부들은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 갈 필요 없이 도심 속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목요시장’ ‘화요장터’ 같은 특화된 시장 이벤트와 ‘GO 배달서비스’와 배달용 패키지상품 ‘신나고 양품’(신매시장에서 나는 고품질, 양질의 상품) 출시도 시민들의 발길을 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목요시장’에는 대구 시내 기동성 있는 노점들과 주변 밭에서 경작한 노인들이 대거 몰려나와 교통 혼잡을 이룰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1분 상차림’ ‘반찬 8종’ ‘떡 3종’ 등 주부 맞춤형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해 여성들의 식탁 걱정을 크게 덜어준 것도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켓과 4대 1로 싸워 이긴 곳, 신매시장의 전투력은 지역 유통업계에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결과 뒤에 시장에 특화전략을 짜내고, 이벤트를 기획하며, 도심 밀착형시장으로 특화시킨 상인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상인회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주변 상권을 묶어서 전통시장을 살리는 ‘르네상스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주변 가로, 개인 사업장이 상생하며 번영하는 프로젝트다. 대형마트에 안방 상권을 내주고 실의에 빠져 있는 많은 전통시장들이 타산지석으로 삼기에 좋은 모델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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