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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기업] 대구경북 외식산업의 자부심 ‘교촌에프앤비’

기사승인 2020.11.30  15: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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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골목에서 시작한 교촌통닭, 한국 치킨업계를 평정하다

‘교촌 간판 달면 무조건 돈 벌게 하겠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정도경영’ ‘상생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권원강 회장.

구미 송정동의 한 치킨집에 남녀 커플이 들어왔다. 주인이 반갑게 그날 첫 손님을 맞았다. 테이블 세팅이 끝날 무렵 단체손님 12여명이 들어왔다.

좁은 홀 공간, 한쪽은 포기해야하는 상황, ‘12대 2’의 셈법 앞에서 주인 마음이 흔들렸다. 잠시 후 평정을 찾은 주인은 “죄송합니다, 자리가 없습니다.”며 손님들을 돌려보냈다. 상도(商道)와 이익 앞에서 잠시 고민했던 주인은 바로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다.

같은 시간 홀 안의 커플은 처음 접한 간장소스 치킨의 묘한 맛에 끌려들고 있었다. 단체손님을 본의 아니게 쫓아버리고 주인에게 미안할 겨를도 없이.

며칠 후 ○○전자 사무실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엊그제 들렀던 손님입니다. 간장맛 나던 그 치킨 100개만 ○○전자로 배달해 주십시오.” 그날 저녁 손님은 지역 공장의 간부였고 그날 끼친 손실에 답례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다.

그날 배달된 치킨은 공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 맛 뭐지? 입에 착착 감기는 이 맛. 근로자들은 처음 접하는 향, 소스에 빠져들었다. 어린이 취향의 레드 소스에 식상했던 근로자들이 마늘 맛, 간장소스에 빠져든 것이다.

그 후 교촌통닭은 구미지역 근로자들에게 최고의 회식메뉴로 등장하며 구미의 야식계를 평정해 버렸다. 동화 같은 이야기, 감동의 에세이 같지만 1991년 구미에서 있었던 교촌에프앤비 권원강 회장의 창업 비화다.

‘교촌에 대기업 DNA를 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진세 회장. R&D교육센터 오픈했으며 업계 최초인 코스피 상장을 진두지휘했다.

◆대구경북은 한국 치킨산업의 요람=대구경북과 닭의 인연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주와 대구의 옛 지명이 계림(鷄林, 닭이 뛰노는 숲), 달구벌(닭이 뛰노는 벌판)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불로동고분, 고령 지산동고분, 경주 천마총에서는 계란, 닭뼈가 출토 된 적도 있다. 고분에서 닭뼈가 나왔다는 것은 닭이 현세와 내세(來世)를 이어주는 상서로운 동물이었음을 뜻한다.

조선시대 3대 시장 중 하나였던 서문시장에는 ‘계전곡’(鷄廛谷)이라는 닭전 골목이 있었고, 한국전쟁 이후 대구에는 산격동의 신기부화장을 비롯해 닭도축시설, 육가공 업체들이 들어섰다. 1970~80년대까지도 수성구 황금동 그랜드호텔 뒤편, 동도초교, 범어네거리 일대는 대규모 양계특구가 형성돼 있었다.

대구경북은 양계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의 닭요리 문화를 리드해 갔다. 대표적 서민음식인 닭개장이나 수성못 닭발, 평화시장 닭똥집, 칠성시장의 닭곱창, 안동찜닭도 이런 계보를 이어간 흔적이다.

대구와 닭의 인연은 치킨 프랜차이즈로 활짝 꽃을 피웠다. 1985년 효목동에서 멕시칸치킨이 외식사업을 열어 가면서 교촌치킨, 멕시카나, 호식이 두 마리, 처갓집 양념 통닭 등이 그 뒤를 이어 갔다. 듣기로 이 멕시칸치킨에서만 70여개 업체가 파생됐고, 이 프랜차이즈가 전국 3만여 점포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가맹점과 상생을 기업 경영철학으로=1991년 권 회장은 택시면허를 판돈으로 구미 송정동 골목에 교촌통닭을 차렸다. 10평짜리 작은 가게에서 하루 종일 닭튀기는 법 개발에 몰두했다. 생닭 25조각, 2번 튀김과 75번의 양념 빗질, 특제 간장소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교촌에프앤비 오산사무실 회장실엔 ‘정도경영’이란 액자가 걸려 있다. 두인(頭印)도 낙관(落款)도 없는 이 글씨는 권원강 회장의 경영철학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정신은 송정동 골목가게 시절부터 세계 6개국에 37개 매장이 뻗어나간 오늘까지 교촌의 정신을 관통하고 있다.

권 회장 경영의 1순위는 가맹점 숫자도, 매출도, 직원도 아닌 가맹점들이다. 권 회장은 ‘교촌 간판 달면 무조건 돈 벌게 하겠다’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 등 어록을 남기며 가맹점과 상생을 강조했다. 치킨 브랜드가 골목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도 교촌은 가맹점을 늘리지 않았다. 점포당 배달 담당지역을 인구 2만명 선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 덕에 교촌의 점포당 연매출은 2010년 2억5천만원에서 작년 6억5,269만 원으로 늘어났다.

‘가맹점 퍼스트’ 경영철학은 그대로 선(善)순환되어 본사로 돌아왔다. 작년 교촌 매출액은 3,801억원으로 가맹점을 늘리지 않았음에도 10년 새 3배로 늘었다.

‘내게 온 가맹점주는 내가 책임진다’ 던 권 회장은 작년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소신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완비하고 야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2005년 교촌의 법률자문으로 교촌과 인연을 맺은 황학수 총괄 사장. 황 사장은 외식산업의 바이블이라는 QSC(Quality:품질, Service:서비스, Cleanliness:청결)를 경영에 본격 도입했다. 교촌에프앤비 제공

◆소진세, 황학수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치킨 전문점 만 3만6천 개가 있다’는 한국의 치킨 시장. 이런 레드오션 시장에서 교촌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10월 말 현재 교촌의 가맹점 수는 해외 40여 곳, 국내 1,234곳에 이른다.

매출이 신장 하면서 교촌은 최근 전문경영인 체제로 들어갔다. 작년 3월 교촌의 새 경영진에 대구고 출신 소진세 회장이 취임했다. 권 회장과 대구계성중학교 동창인 소 회장은 롯데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롯데맨’ 출신. 그동안 교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자문을 하며 두 사람은 교류를 이어왔다.

소 회장은 ‘교촌에 대기업 DNA를 심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교촌의 체질개선, 확장 경영에 나섰다. 가맹점주의 교육을 강조해 교육인프라를 확장하고, R&D교육센터를 오픈했다. HMR(가정간편식), 치킨버거, 순살 등 신 메뉴를 출시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 업계 최초로 코스피 상장을 지휘한 것도 소 회장이다.

소 회장은 앞으로 외식산업의 코스피 상장은 더욱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촌의 이번 상장은 지배구조, 자본 건전성, 성장성 등에서 앞으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 회장의 일련의 경영혁신 과정 뒤엔 언제나 황학수 총괄사장이 있었다. 2005년 교촌의 법률자문으로 권 회장과 인연을 맺은 황 사장은 2012년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영입되며 교촌 경영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 성광고, 경북대 학사·석사를  졸업하고 사법시험(30기)에 합격한 황 사장은 서초동 법원 앞에 로펌을 운영하던 중견 변호사 출신이다.

2017년 총괄사장에 임명된 황 사장은 외식산업의 바이블이라는 QSC(Quality:품질, Service:서비스, Cleanliness:청결)를 경영에 본격 도입했다.

제품의 맛이 일정하게 유지 되고 있는지, 휴먼웨어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매장 내외부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계량화, 체계화했다. 배달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배달유료화를 정착 시켰고, 육가공업체와도 상생할 수 있도록 윙·봉(닭날개, 닭다리) 등 부분육 전략에서 벗어나 전체 부위 밸런스를 맞추는 메뉴 전략도 마련했다.

◆대구경북 궂은 일, 기쁜 일 맨 앞엔 항상 교촌=구미에서 창업해 대구경북에서 사업 터전을 일군 교촌의 지역 사랑은 유별나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교촌의 본사 소재지를 경북 칠곡에 둔 일이다. 수도권 진출, 공략을 위해 오산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모든 재정과 납세의 중심은 경북이다. 

대구치맥축제 때도 교촌의 대구경북에 대한 애정은 유별나다.  제1회 축제 때부터 메인스폰서에 이름을 올리고 축제기금을 협찬했다. 행사 때 교촌의 텐트는 인파를 몰고 다니며 화제의 중심이었다. 무료시식회마다 1만5천여명분 치킨을 마련했고 부스 앞에는 언제나 가장 긴 줄이 늘어섰다. 포항지진 때 제일 먼저 달려가 1억 성금을 쾌척한 것도 교촌이었다.

‘치킨계의 삼성’이라는 교촌에프앤비, 그간 쉼 없는 성장을 이뤄냈고, 내년이면 창업 3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체질을 개선하며 글로벌 종합식품 외식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교촌은 5년 후 가맹점이 1,500개에 이르고 HMR(가정간편식), 수제맥주 등 사업도 본격화된다. 현재 6개국 37여개의 해외매장은 향후 더욱 더 확대할 예정이다.

코스피 상장을 통해 실탄까지 두둑히 장전한 교촌이 어디까지 성공신화를 이어갈지 기대된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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