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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이 점포] 팔공산 정원 카페 ‘시크릿 가든’

기사승인 2020.11.24  16: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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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베스트 정원 100’에 선정...정원서 마시는 꽃차는 최고의 힐링

'시크릿 가든'의 하영섭 대표.

‘이 추리닝은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들여 만든 그런 거라고.’ 10년 전 방송됐던 SBS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등장하는 대사다. 팔공산 카페 ‘시크릿 가든’과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이 대사에서 묘하게 만난다.
주인공의 추리닝이 유럽 디자이너의 땀이 밴 패션이라면 이곳 카페는 한 집념의 사업가가 20년간 땀 흘려 일군 명품 정원이기 때문이다.
시크릿 가든은 하영섭 대표가 20여 년 전에 약 1만6000㎡의 논밭을 개발해 정원을 일군 곳이다. 2015년에 카페를 개업하면서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운명처럼 조경에 매료=하 대표는 어릴 때부터 정원, 조경에 관심이 많았다. 고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결정할 때 조경, 원예학과를 택한 것은 운명적 끌림 이었다. 학부만으로 부족해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조경에만 매달렸다.
원예, 조경으로 직진 하던 그의 삶은 대학 졸업 후 엉뚱하게 이동통신사업으로 엇(?)나갔다. 한국텔레콤에서 모토로라 휴대폰, 삐삐를 팔면서 40대 초반에 상당한 돈을 모았다. IMF 위기로 사업이 기울고 다시 진로를 고민할 때 어릴 적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던 풀, 꽃, 돌이 그를 정원으로 불러냈다.
처음엔 거제 위도 같은 매머드급 정원을 꿈꾸고 남해로 내려갔다. 운명처럼 좋은 장소를 만났지만 신은 그에게 그 터를 허락하지 않았다. 재판까지 진행하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땅을 잡으려고 매달렸지만 결국 그의 것이 되지 못했다.
그때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칠곡 동명에 네가 찾는 비슷한 땅이 있다’고. 다음 날 현장을 찾은 하 대표는 번쩍하며 이 정원에 꽂혀 버렸다. 계곡, 대숲, 언덕과 마당이 조화를 이룬 천혜의 입지였다.
1998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정원의 전체 틀인 축대를 쌓고 잡목을 베어내고 정지(整地) 작업을 했다. 정원의 전체 틀을 잡는 토목공사에만 7년 정도 걸렸다. 새벽 5시에 나가서 깜깜할 때 돌아오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 잡목과 잡초는 베어도, 뽑아도 무한정 자라났고 잡석은 골라내도 자꾸만 굴러왔다.
이렇게 시작한 그의 사업은 10 년을 넘어 다시 또 10년이 흘렀다. 이젠 자신이 살아있는 당대(當代)에만 사업이 끝나길 바랄 뿐이다. 아직도 손 봐야 할 곳, 보강 해야할 것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 한국의 정원 ‘베스트 5’에 선정된 ‘시크릿 가든’ .

◆20년 간 버린 종묘값만 수억원=이제까지 시크릿 가든에서 발아(發芽)된 식물은 모두 500여종. 하 대표는 10년이 넘는 실험을 거쳐 정원에 맞는 수종, 꽃 300여점을 찾아냈다.
그동안 들어간 씨앗, 종자, 육묘값 만 수억원이 넘는다. 이렇게 공을 들인 꽃들도 겨울에 혹한이나 긴 여름 장마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거나, 녹아 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어쨋든 이 덕에 그의 정원은 연간 꽃들의 릴레이가 펼쳐진다. 봄엔 홍매화-산수유-벚꽃이, 여름엔 양귀비-메리골드가 계주(繼走)를 펼치며 산상화원을 이어간다.
2015년에 오픈하며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카페는 2017년도 경북도 지정 ‘민간정원 1호’로 등록되었다. 경사는 또 이어졌다. 2017년 국립수목원이 전국의 정원 100곳을 선정, 발표했는데 ‘시크릿 가든’은 당당히 여기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러나 영광 뒤 감춰진 그늘도 짙었다. 민간정원제도는 정원의 인지도는 높여 주지만 여기에 따른 경제 지원이 없어 카페 운영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전국 자치단체 지정 민간정원 중 수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유지관리, 식물 식재비에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 태풍 매미, 루사 때 정원 축대가 무너지고 올해 장마, 홍수 때 계곡이 쓸려가 복구비용이 많이 들어갔지만 이에 대한 자치단체 지원은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다.
하 대표는 정원 관리와 카페 운영에 많은 인건비와 그에 따른 부대비용이 들어가는 현실에서 정원에 투입돼야할 재정은 늘 부족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얘기한다. 정원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 자치단체의 민간정원에 대한 지원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강꽃, 국화, 우엉차 등 꽃차 인기=카페에는 커피 외에도 생강꽃, 맨드라미, 국화, 목련, 우엉차, 매화차 같은 꽃차들이 많다. 카페 분위기에 맞는 메뉴를 고민할 때 한 지인의 소개로 수제차 전문가 도움을 받아 메뉴, 레시피가 완성 됐다. 차에 필요한 모든 꽃은 하 대표가 직접 따서 말린다.
오늘 새벽에도 하 대표는 삽을 들고 정원으로 나선다. 지나온 20년, 앞으로 그 비슷한 기간만큼 더 정원에 매달려야 할지 모른다. 낙엽을 밟으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원은 누누 것인가, 나는 왜 이 짓을 그만두지 못하는 가’ 드라마의 길라임의 대사가 오버랩 된다.
‘시크릿 가든, 너의 존재만으로 나에겐 기적이야.’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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