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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영남 전통시장] ⑱경산 공설시장

기사승인 2020.10.29  17: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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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유통점 들어서 상권 위축, 지하철 개통 후 상권 공동화까지

66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산공설시장. 1970년대만 해도 하양, 자인, 용성에서 온 장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경북도에서 유일하게 도시철도가 다니는 곳, 10년 새 인구증가율이 9.5%로 도내 1위인 곳, 바로 옆에 250만 거대상권(대구)을 끼고 있는 곳, 대학교 12곳에 대학생이 10만 명이나 되는 전국 최대 대학도시.
일단 외관상으로 경산시의 경제적 입지는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인다. 다들 지자체 소멸을 걱정하는 때에 경산의 이런 역동적인 기운은 타 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동적(動的)인 도시의 기운, 전통시장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잘 나가는 시세(市勢)처럼 성장을 거듭하고 있을까, 뻗어가는 기세에 눌려 성장통을 앓고 있을까. 그 현장을 찾아 경산으로 떠나보자

◆1956년 오픈, 시군 단위로는 최대=1956년 문을 연 경산공설시장은 개장 당시엔 시 단위로는 최대 면적과 유동인구를 자랑했다. 당시 점포수만 400여개에 이르렀고 주변 점포까지 합하면 1천여 개에 이르는 매머드급 상권을 자랑했다. 특히 장날(5, 10일)에는 하양, 자인, 용성에서 온 노점까지 합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건 사과로 경북에서 가장 큰 도매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1970년대엔 시장 중심부까지 과일가게가 진출해 약 30여개 점포가 과일전을 형성했다. 가을철에는 점포마다 사과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도매상들과 흥정하는 모습이 일상으로 펼쳐졌다고 한다.
과일상가의 한 주인은 “사과하면 대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평광동, 반야월에서 약간의 과수원이 있었을 뿐 대구 사과의 대부분은 경산에서 나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산청과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여기에 편승해 복숭아, 대추, 자두도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이 덕에 묘목사업이 활발해져 경산 묘목 전국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경산에서 청과가 발달한 이유는 경산의 지형 자체가 분지의 형태를 띠고 있는 데다 하양, 안심 등 평야가 발달해 과수, 밭작물이 일찍부터 발달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엔 30여개 과일가게가 과일전을 형성했다. 가을철에는 점포마다 사과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도매상들과 흥정하는 모습이 일상으로 펼쳐졌다.

◆도시철도 2호선 경산 경제에 독=한때 점포 권리금이 1억 원을 호가했다는 경산공설시장도 2000년대 불어 닥친 전통시장의 몰락을 피해 가지 못했다. 공설시장 인근 1~2km내 들어선 홈플러스, 이마트, NC백화점도 재래시장 상권 몰락을 재촉했다.
250만 대구 상권 인접, 경북도 최초 도시철도 개통, 전국 최대 대학도시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있었지만 오히려 이 장점들은 어느 샌가 지역 상권을 무너뜨리는 독화살이 되어 날아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프리미엄 자체가 경산 경제에 도움이 될 여지가 애초부터 없었다고 말한다. 시지, 고산이 경산과 동일 생활권이라고는 하지만 대구시민이 경산까지 가서 쇼핑할 일은 거의 없고, 오히려 경산에서 대구의 상권 유출이 심해졌다는 것.
경산 상권 공동화에 기름을 부은 것은 도시철도 개통이다. 2호선이 뚫리면서 경산에 상권은 급속히 대구로 빠져나갔다. 또 경산의 상권을 지탱해준 영남대앞 상권도 급속히 위축됐다. 학생들이 학교 앞의 단조로운 유흥, 오락문화 대신 새로운 문화, 새로운 유흥을 위해 대구로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결국 250만 대구 소비자를 경산으로 유입할 것으로 기대했던 도시철도는 오히려 경산 전통시장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던 것이다.

경산공설시장은 주변에 대단위 주택가를 끼고 있어 반찬, 간식, 생필품 점포가 발달해 있다.

◆시장 현대화 사업 계기로 재도약 모색=사면초가에 몰린 경산공설시장, 해결책은 없을까.
상인회는 올 12월에 마무리되는 시장 현대화사업을 계기로 대대적인 혁신과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5년여 진행된 대장장이 끝나면 대지 1만8천6백㎡, 연면적 1만4천㎡에 장옥, 아케이드, 주차시설이 완비 된다. 그동안 현대화사업을 두고도 경산시와 상인회 또 상인들 간 알력이 적지 않았으나 이제 완공을 계기로 새 출발 전기를 맞게 되었다.
상인회는 시장 발전의 초석으로 ‘특성화첫걸음시장사업’ 통과를 삼고 있다. 상인연합회 김종근 회장은 “심사 통과를 위해서는 상인회 가입률, 상인회비 납부율,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취급율) 각 70% 이상되어야하고, 카드단말기 보급, 현금영수증 발행, 공용 공간 위생‧청결 개선 등이 전제되어야하기 때문에 우선은 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걸음 사업’에 선정되면 연간 3억 원의 활성화자금을 지원받게 되는데 상인회는 이를 기반으로 연간 3억 원씩 최대 5년간 지원을 받게 되는 ‘문화 관광형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제도적 문제 외 상인회가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는 노점상 정비를 통한 상가 정비, 활성화다. 현재 시장 중앙로 주변엔 수백명의 노점상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 노점들은 자체로 시장 상권을 침해하기도 하지만, 중앙로·경안로에서 공설시장으로 향하는 진입로를 막아 인적 흐름을 차단하기도 한다.
김 회장은 “새로 정비된 공설시장엔 어차피 점포도 많이 생길 것이고 노점들이 상가로 입주하면 시장 아이템도 다양해지고 전체 시장 분위기도 쾌적해 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민간-민간’ 갈등은 상인들끼리 조정이 어려우니 경산시가 나서 상가 정비, 노점 양성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
“시장(市長)이 시장(市場)에 개입해선 안된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 시장의 노점상 문제는 관(官)과 행정이 개입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우리 상인들도 기득권 다 내려놓고 협조에 나설 것입니다. 노점 정비와 점포양도·양수 문제는 경산시에서 매듭을 지어주면 이를 계기로 공설시장의 재도약을 반드시 이뤄 내겠습니다.”
김 회장의 바람대로 공설시장이 현재 난관을 극복하고 경산은 물론 영남 상권 의 중심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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