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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이 점포] 등산화 수선전문 북성로 ‘아벨수선’

기사승인 2020.10.26  1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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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접착제·마감 기술 입소문에 서울, 경기·제주도서도 수선 의뢰

“이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즐거운 적은 없습니다. 수선 의뢰가 들어오면 완벽한 수선을 위한 고민이 시작되니까요. 대신 물건이 완벽하게 리폼 되었을 때 그 보람으로 즐거움을 대신합니다.”

북성로 콘서트하우스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1층 상가가 눈에 띈다. 이 집이 구두 수선, 제작 경력 40년의 이호국 씨가 운영하는 ‘아벨수선’이다. ‘전국 최고 기술, 전국 최저가격’을 내세우며 전국 수선계의 고수로 떠오른 아벨수선의 이호국 대표를 만나 보았다.

대구시 북성로 ‘아벨수선’은 특수접착제 기술과 마감법으로 소문이나 서울, 경기는 물론 제주도에서도 수선 의뢰가 들어온다. 사진은 아벨수선 이호국 대표. 한상갑 기자

◆국교 졸업 후 신발 제작=베이비부머 세대의 한 복판에 태어난 이 대표에게 가난은 일상이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던 해 이 대표는 제화점에 들어갔다. 어려운 가정 형편상 더 이상 학교를 보낼 수 없었고,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서였다.

10년을 악착같이 일한 후 25세에 드디어 구두점 사장이 됐다. 솜씨와 감각을 인정받아 구두쟁이들 사이에 제법 소문이 났다. 한 번 신발을 맞춘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로 이어졌다.

대구 상권의 핵심이었던 서문시장에 구두점을 두 개나 내고, 구두 공장을 따로 차릴 정도로 사업을 일으켰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사업도 어느 순간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 기성복, 기성화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구두점 절번 이상이 점포를 접었다. 먹고 살만큼 돈은 모았지만 50대 젊은 나이에 뒷방으로 물러앉을 수는 없었다.

그때쯤 등산 바람이 불면서 아웃도어, 등산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구두도 AS가 있는데 등산화는 산, 바위, 흙길을 타니까 훼손이 더 심하겠지, 그럼 등산화 AS 수선점을 한번 내보자.’ 북성로의 아벨수선은 그렇게 태어났다.

◆특수접 착제 개발 전국서 입소문=아벨 수선점에서는 등산화, 운동화, 구두, 부츠 수선을 전문으로 한다. 등산화 창갈이, 내피 수선, 굽 교체부터 염색, 스트랩, 지퍼 달기등 신발과 관련된 모든 수선이 이 대표 손끝에서 이루어진다.

이중 아벨수선을 전국 최고 수선으로 끌어올린 기술은 등산화 밑창갈이. 밑창갈이 수선은 일반 수선점에서는 5초본드로 붙이거나 미싱으로 박는 방식이다. 미싱으로 박으면 재봉 틈새로 물이 스며들고 본드는 강한 힘이 쏠리면 쉽게 떨어져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특수접착제와 마감법으로 이 두 가지 단점을 완벽하게 극복했다.

여기에 아벨에서는 창갈이 소재로 이탈리아산 비브람(VIBRAM)을 쓴다. 재질이 단단하고 접지력이 좋아 한국지형에 강한 소재다. 수입가만 3만~4만원 하니까 수선비가 8만원 대이지만 고객들은 아벨의 기술을 믿고 신발을 맡긴다.

전국에 수선점이 수십 군데가 있지만 아벨에는 서울, 경기는 물론 제주도에서도 수선 의뢰가 들어온다. 심지어는 미국, 호주 교포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신발, 구두, 등산화를 5~6켤레씩 들고 와 한꺼번에 수선해 가는 일도 자주 있다.

이 특수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많은 문의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40년 인생이 녹아있는 이 기술을 그냥 줄 수도 없는 일이어서 마땅한 전수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 대표의 또 하나 특기는 명품 운동화, 구두 수선. 40년 동안 해왔던 일이니 작업공정에 대한 이해가 빠를 뿐 아니라 그만의 특수 기술들이 더해져 명품수선을 완성해낸다. 단, 의뢰 과정에서 충분한 상담을 통해 마찰을 최소화하고 있다. 혹 클레임이 생기면 다시 AS를 통해 손님이 만족할 때까지 컴플레인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 이런 장인 정신 덕에 이 대표는 전국 최고 명품수선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의 가게는 언제나 화공약품, 접착제 냄새가 가득하다. 40년 넘게 함께 해온 냄새지만 늘 괴롭다. 만성두통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때론 환각증세까지 찾아온다.

“이 냄새 속에서 전국 최고 수선장인이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저희 가게가 꾸려지고 있으니 신발은 저의 운명인 셈이죠. 초등학교 밖에 못 나온 제가 그래도 이 분야에서 전국 최고가 되었으니 이걸로 저는 만족합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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