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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대구 전통시장] (11)대구 칠성시장

기사승인 2020.10.22  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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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쇠불고기, 닭곱창, 족발... 미식가, 주당들의 천국

칠성시장은 일찍부터 청과, 채소 도매시장이 발달해 대구경북주들의 든든한 물산(物産) 배경이 되었다. 맛집이 많아 미식가, 주당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상갑 기자

‘북쪽의 일곱 별’ 북두칠성은 인간의 길흉화복과 수명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여기서 비롯된 숫자 7은 서양에서는 행운의 상징으로, 동양에서는 우주 질서를 담은 수로 인식되었다.

도시철도 대구역사 광장에는 일곱개 바위가 놓여있는데 이 바위들이 칠성시장의 유래가 된 바로 ‘칠성바위’다. 이 바위들은 청동기시대 무덤인 고인돌로 오래 전부터 북두칠성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북두칠성과 관계된 전설은 또 있다. 조선시대 경상감사 이태영은 어느 날 북두칠성이 문밖에 떨어지는 꿈을 꾼다. 밖에 나가보니 일곱 개의 바위가 북두칠성 모양으로 놓여 있었고 길조로 여긴 감사는 일곱바위에 일곱아들 이름을 새겨 복을 빌었다고 한다.

하늘이 지역민들을 먹여 살릴 길지(吉地)로 장터를 예비해 두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한국 경제에 큰 획을 그은 삼성, 쌍용, 대성 세 기업이 이 일대에서 태동한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있다.

북쪽 하늘 북두(北斗)의 기운이 넓은 장터를 열어 민초들에겐 상리(商利)를 베풀고 나라에는 기업을 열어 국리(國利)를 펼쳤던 현장, 칠성시장으로 떠나보자. 

 

◆대구 제2 시장으로 우뚝=칠성시장을 떠올릴 때 스치는 생각 중에 하나가 ‘대구 2등 시장’으로서의 비애다. 상가 수, 면적, 지역민의 사랑을 따져볼 때 서문시장에 밀리지 않지만 언제나 1등자리를 내주고 물러설 수밖에 없는 숙명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서문시장은 일찍부터 조선시대 전국 3대 시장, 대구 만세운동의 현장, 한국 섬유유통의 본산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배경으로 대구 경제와 정신의 지주로 자리 잡아왔다.

역사와 정통성, 규모에서 서문시장에 밀리지만 그렇다고 칠성시장이 지역 경제에서 역할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대구 시민에게 칠성시장은 가장 저렴한 시장으로 각인 되어 있다. 청과, 야채 등 도매시장이 발달해 일찍부터 지역민의 든든한 물산(物産) 배경이 되었다.

건물의 외관에서도 두 시장의 개성 차이는 확연하다. 서문시장이 몇 번의 화재를 거치면서 재건축을 반복한 덕에 현대식 시장으로 거듭났다면, 칠성시장은 일제강점기 형성된 경명시장과 해방이후 생긴 북문시장, 동천시장 등 모두 아홉 개의 시장이 연결된 연합시장 형태를 띠어 외관이 누추하다. 청과시장 등 그나마 번듯한 외형을 갖춘 곳도 있지만 대부분 전통시장 형태가 남아있거나, 20~30년 된 노후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서문시장과 칠성시장의 자존심 싸움은 장터에 얽힌 추억, 에피소드 등 감성 영역으로 넘어가면 달라진다. 시민들은 서문시장 보다는 칠성시장에서 더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성냥갑처럼 잘 구획된 서문시장 보다, 미로처럼 골목을 찾아들어가는 칠성시장에서 더 친밀감을 느낀다는 시민들이 많다. 

이는 서문시장이 오후 일정한 시간이 되면 문을 닫는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즉 일몰 후 철시(撤市)를 하는 탓에 주민들이 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적고, 식당들의 영업시간도 짧다. 저녁이 없는 시장, 술꾼들이나 미식가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반면에 칠성시장은 맛집이 밀집되어 있고 식당 영업시간도 주당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춰져 있다.

단골식당의 연탄불석쇠불고기. 양념 맛이 밴 돼지고기와 연탄불과 기름이 엉겨 붙은 절묘한 불맛이 이 집만의 비밀이다.

◆칠성시장의 맛집들=칠성시장의 점포수는 노점을 포함해 2,000개 쯤 된다고 한다. 이 중 식당은 약 300여 곳. 웬만한 시골 읍 단위보다 많은 숫자다.

칠성시장 식당 음식의 특징은 다양한 메뉴. 횟집, 돼지고기, 족발, 곰탕, 국밥까지 전 메뉴를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에 오픈한 야시장과 심야 포장마차를 포함하면 사실상 대구의 모든 메뉴가 집합한 셈이다.

이중 제일 ‘핫’한 곳은 단연 ‘단골식당’이다. NH농협 남쪽에 있는 석쇠불고기골목은 몇 해 전 박세리가 방문해 화제가 된 곳이다. 이 골목이 대구를 넘어 전국적인 명소로 데뷔한 것은 2015년 SBS ‘삼대천왕’에 나오면서부터. 당시 백종원 씨는 나주 연탄불고기·김천 고추장불고기와 함께 단골식당을 전국 3대 돼지불고기 맛집으로 선정했다.

백종원은 “맛집들이 대를 이어가다보면 맛이 변하는 데 여기는 양념을 계량해서 쓰기 때문에 그 맛이 언제나 일정하다”고 칭찬했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이곳에 들른다는 최진석(이곡동) 씨는 “달달한 양념 맛이 밴 돼지고기와 연탄불과 기름이 엉겨 붙은 절묘한 불맛이 이 집만의 비밀”이라고 말한다.

연탄석쇠불고기가 소주파들을 자극한다면, 막걸리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곳은 닭곱창 명가 ‘진주식당’이다. 방송출연 여부가 맛집 기준은 아니지만 올해 2월 진주식당은 이경규의 ‘편스토랑 추억의 닭곱창 편’에 소개돼 전국 미식가들을 자극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이 집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1,000원짜리 한 접시면 혼자 술한잔을 먹기에 충분했다. 3~4명이와도 2,000원짜리를 시키면 그냥 술판이 돌아갔다.

격동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많은 손님들이 이 골목을 거쳐 갔다. 1980년대엔 운동권 학생들의 은밀한 모의 장소였고, 삼성 야구가 잘나갈 땐 프로야구 팬들의 뒤풀이 장소였다. 카바레 춤꾼들의 작업(?) 장소였고, 공사판 날품팔이들의 허기를 달랠 주는 생계현장이었다.

언택트로, 비대면으로 사람과 사람사이 연대가 점차 희미해지는 요즘, 과연 누가 이들 뒤를 이어 시장으로 향할까.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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