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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영남 전통시장 탐방] ⑧대구 남문시장

기사승인 2020.08.04  15: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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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통닭, 납작만두, 산더미불고기집 등 맛집 명가 거느린 도심 전통시장

대구 남문시장은 주변에 대구향교, 경북여고, 악기골목 등 문화, 사회, 교육시설을 끼고 있어 풍부한 인문학적 감성을 자극한다. 한상갑 기자

대구 남문시장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풍부한 상업, 인문학적 입지다. 서울의 남대문시장이 조선 시대 세공(歲貢), 세곡(稅穀)을 출납 하는 최대의 사상(私商)도매시장 이었다면, 대구 남문시장은 해방 후 과일, 채소, 해산물, 잡화품을 취급하던 도심 상권의 요충지였다.
시장의 동쪽엔 대구 유림의 본당인 대구향교와 지역 여성 인재 양성의 요람인 경북여고가 있다. 이웃한 남산동엔 300여개의 인쇄소가 집중돼 있어 일찍부터 대구경북 인쇄 사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남산3동엔 천주교대구교구청, 성바오로수녀원, 성유스티노신학교, 성모당 등 종교시설이 들어서 대구 가톨릭 신앙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주변에 악기 골목이 들어선 것도 이런 인문학적 토양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내고향 대구’를 쓴 권영재(전 적십자병원장) 선생도 “남문시장은 규모도 크지 않고 특색도 없지만 그 주위를 둘러싼 환경이 품위가 있고 옛 향수를 지닌 곳이 많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운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남산동 일대는 구한말 대구부 서상면에 속했는데 남산 밑에 위치했다고 해서 남산동이 되었다. 일제시대 남산정(南山町) 이었다가 해방 후 남산동으로 고친 후 현재에 이른다. 해방 전 남산동 일대는 달성 서씨들의 논밭이 대부분이었고 근처에 시립화장장과 주변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1·4후퇴 당시 피란민 임시보호소가 이 근처에 세워졌는데 당시 시설이 부족해 나무기둥으로 얼기설기 칸을 나누고 가마니와 천막으로 겨우 비바람을 막았다고 한다. 
6·25한국전쟁 직후 시장 일대엔 난전이 들어섰다. 낡은 장옥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비만 피하던 시장은 1970년대 초 지금의 현대식 상가가 들어서며 일제히 정비되었다. 당시 점포수는 350개가 넘는 중형급 이었고, 대구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규모였다.

산더미불고기는 이름처럼 넉넉한 양을 자랑한다.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방송에서 맛집으로 언급해 화제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남문시장의 ‘3대 맛집’으로 진주통닭, 남문납작만두, 산더미불고기를 든다. (물론 맛객이나 블로거들 사이 개인차는 있을 수 있다.)
진주통닭은 동아쇼핑 근처 뉴욕통닭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통닭집이다. 튀김가루를 얇게 입혀 튀겨낸 프라이드가 특히 유명하다. 전국 통닭집 ‘도장깨기’(순위 매기기)에 나선 블로거들이 ‘바삭하고 고소한 껍질, 풍부한 육즙을 칭찬한 글이 눈에 띈다. 51년 역사에 충성도 높은 고객을 거느리고 있지만 지명도에서는 뉴욕통닭에 살짝 밀리는 느낌이다.
참고로 ‘대구 3대 통닭’은 각자 입맛이나 기호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백종원이 다녀갔던 뉴욕통닭, 아삭한 프라이드가 맛있는 동문치킨, 동성로 전통 맛집 대구통닭, 매운 양념통닭의 원주통닭이 진주통닭과 함께 5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남문 납작만두도 미성당, 교동시장 만두와 함께 대구 납작만두 3인방에 들어간다. 영남일보의 이춘호 기자는 “이 셋은 만두소에 돼지고기를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대구에 채식만두 시대를 열어 갔다”며 “당면, 부추만으로 간단히 소를 빚어 국내 만두 중 가장 간단하고 담백한 만두소를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이 세 지파는 만두 두께로 미묘한 신경전까지 벌였는데 가장 슬림한 곳은 교동시장이었고 남문납작만두가 그다음 이었으며 미성당이 스탠다드 역할을 했다. 남문 만두는 최근 상가 철거로 헌책방 골목 근처 대로변으로 이전했다.
산더미불고기는 1980부터 남문시장에서 이름깨나 알린 맛집이었다. 이름처럼 고기를 넉넉하게 담아낸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됐다. TV프로 ‘전참시’에서 개그우먼 이영자가 언급해 화제가 되었다. 산더미불고기는 큰산(4~5인분), 작은산(2~3인분)으로 나누며 버섯, 야채, 떡, 당면 등 다양한 사리들이 육수에 담겨 나온다. 야채와 고기를 육수에 적셔 먹는 맛이 일품이다.

대구 3대 통닭의 하나인 진주통닭의 프라이드치킨. 바삭하고 고소한 껍질에 풍부한 육즙이 이집 맛의 특징이다.

남문시장에 인문학적 감성을 한층 풍요롭게 하는 상가가 또 있다. 바로 헌책방골목이다. 6·25 전쟁 직후 시청 근처에 형성된 헌책방 골목은 점점 남문시장 부근으로 옮겨왔는데 이 시점과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게 없다. 남문시장은 주로 교과서를 취급 했는데 필자도 골목을 누리며 각종 사전, 동아전과, 필승, 하이라이트, 완전정복을 샀던 기억이 새롭다.
취재를 위해 헌책방 골목에 들렀더니 골목의 터줏대감격인 월계서점이 대로변에 새로 이전해 자리를 잡았다. 옛날처럼 고풍스런 멋은 없었지만 연륜을 머금은 책들이 서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서점에서 만난 한 주부는 “책은 보통 한 사람 손에 들어가 끝을 보지만, 헌책방에 오는 순간 여러 번 생명을 거듭 할 수 있어 책이나 사람에게나 모두 유익하다”고 말했다.
6·25 동란 이후 지역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던 남문시장엔 최근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의 남쪽 상가 일부가 개발을 위해 철거에 들어갔고, 시장 상가엔 재개발을 위한 추진위가 구성됐다. 앞으로 많은 절차와 과제가 남아 있어 더 두고 봐야겠지만 재개발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지하 5층 지상 47층 주상복합 건물이 시장 자리에 들어선다고 한다.
50년 넘게 지역민과 함께 해 왔던 전통시장의 큰 변화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도 다양하다. 시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와, 개발로 인한 기대가 서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남문시장이 지역의 인문학적 향기를 머금은 채 계속 자리를 지켜 나갈지, 현대 문명으로 가득 찬 마천루 숲이 되어 있을지는 2~3년 안에 결정될 것 같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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