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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피플] ‘코로나는 내게 기회’ 캠핑카시대 김진각 대표

기사승인 2020.07.17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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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 고통 뿐이었던 지난 시절, 캠핑카 대박사업으로 보상 받았어요

“캠핑카 특수는 코로나19가 제게 준 선물입니다.” 캠핑카시대 김진각 대표가 그의 공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김진각 씨에게 군대는 그야말로 안식처였다. 조간, 석간신문을 번갈아 돌리며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던 그에게 군대는 국립호텔이나 다름없었다.
‘부사관을 지원해 보겠느냐’는 중대장의 제안에 ‘예’라는 대답이 준비된 듯 튀어나왔다. 총 13년의 군생활은 그에게 대학이요, 학원이요, 공장이며, 교양 강좌였다. 이 기간에 그는 무려 20여개 자격증을 땄다.
남들 30년을 13년에 압축할 정도로 긴박하게 살았다는 김 대표, 너무 무리를 한 탓일까, 고비가 찾아왔다. 퇴행성디스크가 심화돼 더 이상 군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행히 공상(公傷)이 인정되어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았다.
갑자기 사회로 나온 김 대표에게 세상은 가시밭길, 전쟁터였다. 잇단 사기와 사업실패로 전 재산을 다 날리고 마지막 남은 3천만 원으로 카라반을 샀다. 그래도 연금은 나오니 전국을 돌며 머리나 식히자는 생각에서였다.
2년 동안 아무생각 없이 전국을 여행했다. 엔지니어의 본능이 작용했는지 카라반 차량의 문제점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국내에 보급된 카라반은 대부분 유럽형이라 전기, 물, 특히 동파에 약했다. 하나하나 직접 손 보며 수리하고, 교체 하다 보니 캠핑카 구조에 정통하게 되었다.
‘구조’의 윤곽이 파악되자 그는 카운티(미니버스)를 한대 구입한 후 직접 캠핑카로 개조에 나섰다. 캠핑카의 문제점을 하나씩 수정, 보완해 가며 ‘김진각표 캠핑카’를 완성했다.
그의 캠핑카는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되었다. ‘기능장(용접)이 만든 캠핑카’로 입소문이 났고, 한국 지형에 최적화 된 캠핑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작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7년 드디어 그는 달성군 옥포읍에 캠핑카 제조회사(캠핑카시대)를 차렸다.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제작 경험이 쌓일수록 공정은 정교 해졌고, 인테리어 노하우는 쌓여갔다. 업체들에서 협력, 동업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통 캠핑카는 전선과 케이블 배관이 매립되어있기 때문에 수리나 A/S가 곤란한 경우가 많은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이런 불편함을 거의 잡아냈다. 김 대표는 내부 인테리어 자재로 편백나무를 쓴다. 합판은 화학 첨가제가 들어가 머리가 아프고 하이그로시는 제습(除濕)기능이 없어 내구성이 떨어진다.
그의 전매특허인 ‘구들장’은 강원도 최북단에서도 끄떡없고 동파, 누수 염려도 전혀 없다. 영하 30도에도 매트가 펄펄 끓는데도 기름은 하루 2L도 들지 않는다.
이런 장점은 고스란히 그의 설계도에 옮겨져 전매특허로 연결됐다. 현재 캠핑카 관련 그의 특허는 모두 세 개. 그 중 ‘구들장’은 대기업에서도 탐을 낼 정도다.
어릴 적 고생에 대한 보답 일까, 사업도 술술 풀렸다. 올해 3월부터 모든 차종에서 캠핑카 개조가 가능해지면서 캠핑카 튜닝이 자유롭게 되었다.
거기에다 인류의 비극이라는 코로나19도 그의 사업에 서광을 비추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초창기에 숨죽여 있던 시민들이 5월부터 야외로 나오면서 차박, 캠핑카 붐이 분 것이다. 올 상반기에만 카운티, 봉고를 합쳐 모두 26대를 제작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보다 약 2.5배가 는 수치다.

김진각 씨가 제작한 대형 캠핑카. 캠핑카시대 제공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가 재혼을 하며 고아처럼 버려졌던 김 대표. 어릴 적을 떠올리면 아픈 상처에 몸서리가 나지만 그런 세상의 ‘상처’를 그냥 외면할 수는 없었다. 제대하자마자 봉사 단체를 찾는 중에 문양의 한 복지재단이 연결됐다. 4년 동안 아내와 봉사활동을 다니다, 지금은 바빠서 후원만 하고 있다. 김 대표의 이런 ‘선(善)순환’이 있기에 세상은 어둠에서 밝음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가게 된다.
캠핑카로 인생의 새 전기를 맞았으니 앞으로 장래도 캠핑카로 장식할 생각이다. 그의 꿈은 대단위 캠핑카 계류지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이미 캠핑카 수천대가 전국을 돌고 있어요. 이 중 상당수는 집도 정리한 사람들이에요. 이들이 전국을 투어 하다가 가끔씩 쉬어갈 정거장을 만드는 거죠. 정비·제작소, 취사장, 빨래방, 건조대, 캠핑용품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일종의 캠핑카 간이휴게소 같은 곳입니다. 카라반 속에서 영감을 얻었고 캠핑카로 큰 행운을 얻었으니 앞으로도 캠핑카가 무언가 제 인생을 예비해 놓겠죠.”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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