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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추억 가득! 대구 전통시장 탐방] (3)대구 동구 동서시장

기사승인 2020.07.08  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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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강한 시장' 슬로건... 전통시장 위기에도 끄떡 없어요

동서시장은 동구청, 대구공항, 동대구역 중간에 위치하고 주변에 관공서, 아파트, 학교가 밀집해 사계절 손님이 드나든다. ‘작지만 상한 시장’을 내세워 상인들이 굳게 단결해 전통시장의 위기를 잘 극복해나가고 있다. 한상갑 기자

1776년 신천 제방의 완성은 대구 치수(治水) 역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우선 강변주민들을 장마철마다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던 범람에서 벗어나게 했고, 또 제방 동쪽에 대규모 자연부락들이 생겨나 대구의 거주 지평을 크게 넓혔다.
새터마실(신천)에서 효(孝)를 덕목으로 화목(睦)한 공동체를 형성해 갔으니 이 지역이 신천동, 신암동, 효목동 일대다.
새 제방을 넘어 동편에 바위가 많은 마을이 있었으니 오늘 소개할 신암동 또는 쇠마실 이다. 쇠마실은 현재 큰고개오거리 북편에서 정법사에 이르는 언덕 부근의 마을.
오늘 주인공 동구 동서시장의 태동 배경은 바로 이 쇠마실 이었다. 해방 후 정법사 언덕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쇠마실시장은 20여년간 골목시장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1970년 동구청의 현대화사업을 통해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동구청에서는 지금도 동서시장 축제 이름을 ‘쇠마실 장터 한마당’으로 붙여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주민 밀착형 시장으로 시민, 직장인들에게 인기
동서시장은 일찌감치 주민밀착형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가깝게는 ‘쇠마실 시장’ 전통이, 멀게는 ‘새내마을’ ‘새바위골’의 공동체적 양속(良俗)이 이어진 것이다.
우선 동서시장은 반경 2km 내에 약 2만여호 가구의 생필품, 식재료, 공급처로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 91개 점포, 20개 노점엔 의복, 화장품, 채소부터 음식까지 주민들의 모든 생활용품이 거의 갖춰져 있다.
신성·가야초등학교, 신암·아양중, 대구관광정보고 등 5개 초중고생들에게 시장은 간식과 군것질꺼리의 보고다. 유난히 많은 분식집, 제과점이 학생들의 다양한 입맛을 맞춰준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도 자리를 잡았다. 대구동구청, 동대구역, 한국노총 경북본부 같은 관공서 직원들에게 동서시장은 점심과 저녁회식 장소로 최적의 공간이다.
매일 점심 때마다 제복, 정장을 한 남녀 직장인들이 식당가로 몰려드는 모습은 시장의 일상이 됐다. 200여 가지 메뉴가 시장에 널려 있어 아무리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타협이 가능하다.
시장의 맛집 세미칼국수집에서 만난 한 동구청 직원은 “웬만한 음식도 5천~1만원 선에 다 해결되고 메뉴도 한·중·일식 선택이 가능해 메뉴 선택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공서 입지, 학생 등 유동인구의 증가와 함께 동서시장의 가치를 올려주는 또 다른 요인은 이곳이 대구 교통의 중심지라는 점이다. 5분 거리에 대국국제공항이 있고, 직선거리 800m엔 동대구복합터미널과 동대구역이 자리 잡아 교통, 화물의 유통에 유리하다. 작년에 ‘국립’으로 승격한 신암선열공원과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된 아양기찻길도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며 동서시장의 든든한 후광이 되고 있다.

동서시장은 계절마다 특색 있는 사은행사, 경품, 할인이벤트를 펼쳐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벌어졌던 ‘대한민국 동행세일 고객 경품행사 모습.

◆아지매, 묘미, 명문식당 ‘3대 국밥’으로 유명
‘작지만 강한 시장’ 슬로건처럼 동서시장의 점포 구성은 임팩트가 있다. 마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구색이 잘 갖춰져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어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동서시장의 인기점포는 국밥집이다. 주변 직장인들의 식성과 기호에 따르다보니 따뜻한 국물위주 식사가 발달된 것이다. 블로거들은 여러 식당 중 아지매, 묘미, 명문식당을 시장의 3대국밥으로 부른다.
같은 국밥이지만 봉덕동신시장과는 고기의 양과 부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봉덕시장의 고기는 대부분 뒷고기로 불리는 머릿고기 들이다.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양이 무척 많아 수육을 따로 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곳은 단가가 비싼 살코기가 주로 들어가 때문에 양은 다소 적은 편이다.
방송에 출연 경력이 있는 아지매식당은 맑은 국물에 살코기를 듬뿍 넣는 것이 특징. 일부 맛객들은 족발과 수육에 더 후한 점수를 주기도 한다.
국밥에 암뽕, 곱창, 편육을 골고루 넣는 ‘묘미’도 제법 지명도가 있다. 부추가 많이 들어가 얼큰한 다대기를 풀어 넣으면 국물이 제법 깔끔해 진다. ‘6시 내고향’에 등장했던 명문식당도 마니아들의 필수코스다. 주인아주머니가 토렴(그릇을 미리 가열하는 것)한 후 담아내는데 진한 국물과 넉넉한 고기 양이 손님들을 불러들인다.

동서시장은 ‘주민밀착형 시장’으로 자리를 잡아 주민들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상가를 구성했다.

◆‘작지만 강한 시장’ 구호로 상인들 단합, 위기 극복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온라인, 대형마트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동서시장은 그 충격과 외풍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 일찍부터 생활밀착형 시장으로 자리 잡은 덕에 신암1~5동, 효목동 주민들의 시장 이용이 활성화 됐고, 주변에 동구청, 동대구역, 학교 등 큰 관공서들의 후광이 두텁기 때문이다.
이런 든든한 배경 외 상인회 자체에서도 시장현대화, 경영개선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엔 상가 리모델링과 아케이드 설치작업을 벌여 시장 현대화 작업을 마쳤고, 계절별마다 특색 있는 고객 이벤트를 벌여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봄가을로 주변 아파트 부녀회와 벌이는 전국 특산물 직거래 장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상인회에서는 작은음악회와 팔도품바공연 같은 문화행사도 종종 연다. 삭막한 시장에 감성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특히 매년 5월에 열리는 ‘쇠마실장터’ 축제에서는 직판장, 특산품 판매, 경품추첨, 노래자랑 등의 행사가 성대하게 펼쳐진다.
취재를 위해 시장을 방문한 1일에도 시장 한복판에서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고객경품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TV, 선풍기부터 생필품에 이르기 까지 거의 한 트럭분의 경품이 그날 주민들에게 나누어졌다.
동서시장 상인회가 자랑하는 또 하나 자랑거리는 상인들의 단결력이다. 자체적으로 ‘시장 가(歌)’를 제정해 부를 정도다. 현재 점포의 상인회 가입률은 100%, 여기에 회비 납부율도 100%다. 이런 단결력을 바탕으로 2014년에는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재문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은 교토, 고베 등 일본 전통시장을 방문해 친절서비스, 물건진열법, 유통구조 개선 등 많은 장점을 접목했다”며 “작지만 강한 시장을 내세워 웬만한 위기는 극복해 나갈 단결력과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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