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경제&현장] 성서공단 차부품사 연쇄부도 오나

기사승인 2020.06.26  14:48:55

공유
default_news_ad1

- “주 2~3일 교대 근무로 버텨보고 안되면 폐업 고민”

23일 오후 3시 성서산단 자동차부품단지에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낮인데도 작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생산라인이 멈춰선 것을 의미한다. 한상갑 기자

지난달 국내 완성차 수출은 9만 5천여 대. 월 단위 집계로 17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이 여파로 지역 차부품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60%나 줄었다. 최근에는 경주의 한 협력업체가 경영난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혀 지역 경제계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의 위기가 ‘발등의 불’로 현실화 되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 차부품업체는 2천여 곳, 직접 고용인원 6만 명에 이른다. 지역의 주력 산업이 고사위기에 몰렸지만 여기에 대해 정부는 ‘100조를 지원하겠다’고만 할뿐 구체적 대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자동차발(發) 보릿고개가 확산 되면서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대구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 직격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동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감이 없어 장기 휴업에 들어가거나 직원 강제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성서공단에서 3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8명이던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나 혼자 공장을 지키고 있다"면서 "원청업체가 주2일 근무에 들어간다고 하니 조만간 폐업 여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현대자동차가 수출이 6, 내수가 4인데, 60%가 막혀 버리니까 아무 대책이 없다”며 “다음 달 또 직원 휴직을 연장해 당분간 더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23일 자동차부품 공장들의 가동률 확인을 위해 성서산업단지와 자동차부품회사들이 몰려 있는 삼성명가타운 뒤편 단지를 돌아보았다.
오후 3시 무렵인데도 거리는 한산했고 공장밖엔 근로자들이 서너명씩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경주 명보산업은 그래도 최근에 인기가 있던 차종에 물량을 대던 회사라 상황이 나은 편” 이었다며 “우리처럼 물량이 거의 돌지 않는 3, 4차 협력업체는 그냥 속수무책“ 이라고 말했다.
거리엔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비교적 임금이 싼 이들은 공장의 인력구조에서 최후의 보루인 셈인데, 이들이 대낮에 길가에 나와 있다는 것은 생산라인이 멈춰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키스탄에서 왔다는 한 근로자는 “5월엔 그나마 2주 정도 일감이 있어서 생활비는 벌수 있었는데 이번 달엔 주 2일도 작업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사장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말에 수도권 쪽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자동차부품사들이 가동을 멈추자 한 외국인근로자는 ‘수도권으로 직장을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이 공장 마당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소규모 업체의 줄도산 우려가 크다고 말한다. 서석민 대구상의 경제조사부장은 “과감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기업 입장에서의 대출 연장과 수출금융 지원 등이 절실하다”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개별 소비세 인하폭 확대 외에도 취득세 인하까지 고려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런 자동차부품사들의 경영난은 산업단지 부동산 위기로도 확대되고 있다. 성서 2차산업단지에는 현재 약 100곳이 훨씬 넘는 공장들이 공실로 남아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공장 공실이 두배로 늘었고, 대부분 자동차부품업체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규모 업체들을 중심으로 아예 폐업 후 공장을 임대하려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 성서공단 거리 곳곳에는 '공장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평수가 작은 공장들의 임대 문의가 작년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했다“며 ”경기가 어렵다 보니 임대를 내놓는 사람은 있어도 찾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를 반영 업계에서는 ‘부도 도미노를 우려하기도 한다. 지역 업체들은 서로 연관이 돼 있는 경우가 많아 하나가 무너지면 부품 수급 차질로 관련 업체들도 모두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 산업 생태계의 위기, 단순히 역병 탓으로 돌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한 듯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기획탐방

set_C1
default_side_ad2

동영상 뉴스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